
트랜스 지방이라고 하면 으레 심장과 혈관 건강을 망치는 대표적인 '나쁜 기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식물성 기름에서 유래한 인공 트랜스 지방과는 달리 우유나 치즈, 버터 등 유제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 트랜스 지방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언 기븐스 영국 레딩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유럽과 캐나다, 미국 등에서 수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22개의 대규모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식이 통제 실험과 장기 인구 추적 조사 모두에서 유제품의 천연 트랜스 지방은 심장병이나 뇌졸중, 심혈관계 사망 및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영양 연구(Nutrition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만들어지는 방식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달라

연구진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은 생성 방식에 따라 '인공'과 '천연'으로 나뉜다. 마가린이나 튀김류 등 가공식품에 흔히 쓰이던 인공 트랜스 지방은 식물성 기름을 고체로 만드는 '부분 수소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인공 지방은 혈중 나쁜(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좋은(HDL) 콜레스테롤은 떨어뜨려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돼 전 세계적인 규제를 받아왔다.
반면 유제품 전체 지방의 5% 이내를 차지하는 천연 트랜스 지방은 소, 양, 염소 등 반추동물의 소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이 같은 천연 트랜스 지방이 인공 트랜스 지방과는 신체에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제 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이 10건의 대조군 식이 실험을 분석한 결과, 트랜스 지방 함량이 높은 유제품(하루 트랜스 지방 1.3~13.2g 섭취)을 먹은 그룹과 일반 유제품을 먹은 그룹 사이에서 심혈관 위험도를 나타내는 혈중 지질 바이오마커 수치의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최대 20년 이상 참가자들을 추적한 12건의 장기 코호트 연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혈중 유제품 유래 트랜스 지방 수치가 높다고 해서 심장병이나 뇌졸중,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커지지 않았으며, 제2형 당뇨병과의 연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천연 트랜스 지방이 심혈관 질환을 적극적으로 예방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인공 트랜스 지방처럼 건강을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기븐스 교수는 "사람들은 '트랜스 지방'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무조건 최악의 성분을 떠올리지만, 아침에 마시는 우유나 요구르트, 버터에 든 트랜스 지방은 가공식품 속 수소화 지방과 전혀 다르다"며 "이번 연구는 균형 잡힌 식단의 일환으로 유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심장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품 포함된 ‘가공식품’은 주의해야

다만, 유제품이 포함된 '가공식품'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제품들은 제조 과정에서 식물성 유지나 설탕, 첨가물들이 다량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자연 상태의 우유나 치즈가 아닌 초코맛 우유, 버터가 들어간 과자, 모조 치즈, 가공 버터 등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친 가공식품은 인공 트랜스 지방과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아 섭취를 피하거나 줄이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