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김 부장은 업무 능력에 비해 일 처리가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자신 있지만, 정작 업무를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회의 도중 다른 생각에 빠져 중요한 지시를 놓치거나, 여러 업무를 동시에 시작했다가 마감 직전에야 허둥지둥 처리하기도 했다. 약속을 잊어 동료들에게 사과하는 일도 생겼다.
처음엔 업무가 많고 스트레스가 심해 생긴 문제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
김 부장처럼 ADHD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발생할 수 있다. 성인 ADHD의 경우 과도한 움직임을 보이는 어린이와 달리 집중력 저하, 건망증, 충동적인 의사결정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성인 ADHD가 노년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발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경도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약 3배 높았다. 또 ADHD와 관련된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도 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7일(현지시간) 50세 이상 성인 18만7341명의 진료기록과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ADHD와 노년기 인지장애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대규모 연구사업인 '올 오브 어스(All of Us)'에 참여한 성인들의 의료정보를 활용했다.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56.4세였으며, 평균 추적 기간은 약 10.3년이었다.
전체 참가자 가운데 ADHD 진단을 받은 사람은 3026명으로 1.6%였다. 이 중 203명(6.7%)이 추적기간에 치매 또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반면 ADHD 진단을 받지 않은 18만4315명 가운데 인지장애가 발생한 사람은 6259명(3.4%)이었다.
두 집단의 연령과 성별 등 기본적인 요인을 고려했을 때 ADHD 진단자의 인지장애 발생 위험비는 4.60으로 나타났다. 이후 신체질환과 정신질환, 교육 수준, 흡연 이력, 의료 이용 정도 등을 추가로 반영하자 위험비는 3.08로 낮아졌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은 유지됐다.
ADHD와 관련된 유전적 특성도 인지장애 발생과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팀이 여러 유전자 변이를 종합해 ADHD에 대한 유전적 위험을 평가한 결과, 위험도가 가장 높은 상위 20% 집단은 가장 낮은 하위 20% 집단보다 치매·경도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35%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두고 ADHD 자체가 치매를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ADHD와 치매는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문제 등 일부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치매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의 초기 인지기능 변화가 ADHD로 진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ADHD 진단과 인지장애 진단 사이의 간격을 길게 설정할수록 두 질환의 연관성은 약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