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몬치료를 받았는데도 병이 계속 진행하는 특정 유방암에 새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먹는 항암제 두 가지를 함께 쓰는 방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일(현지시간) 일라이 릴리의 ‘인루리요(Inluriyo·임루네스트란트)’와 ‘버제니오(Verzenio·아베마시클립)’ 병용요법을 승인했다.
과거 한 차례 이상 내분비치료를 받았지만 병이 진행한 성인이 대상이다. 암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고(ER 양성), HER2는 음성이면서 ESR1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이어야 한다.
여성호르몬 신호 이용해 자라는 암⋯수용체부터 분해
‘ER 양성’의 양성은 ‘양성종양’이라고 할 때의 양성과는 뜻이 다르다. 양성종양의 ‘양성(良性)’은 악성이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ER 양성의 ‘양성(陽性)’은 검사에서 암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확인됐다는 의미다.
에스트로겐은 원래 여성의 생식 기능과 월경주기를 조절하고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수용체는 세포가 특정 신호를 받아들이는 일종의 ‘수신 장치’다.
에스트로겐이 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돕는 신호가 켜진다. 정상 세포에는 필요한 과정이지만 일부 유방암 세포는 이 신호를 이용해 자란다. 이를 ER 양성 유방암이라고 한다.
치료할 때 몸속 에스트로겐을 줄이거나 암세포가 이 신호를 받지 못하도록 막는다. 치료가 이어지면서 ESR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상황이 달라진다.
ESR1은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다. 일부 변이가 생기면 에스트로겐이 적더라도 수용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내분비치료가 잘 듣지 않을 수 있다.

인루리요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붙어 수용체 자체가 분해되도록 한다. 암세포가 호르몬 성장 신호를 받는 통로를 줄이는 방식이다.
버제니오는 다른 지점을 막는다. 암세포가 분열할 때 필요한 CDK4·6 단백질을 억제한다. 하나는 성장 신호가 들어오는 통로를 줄이고, 다른 하나는 암세포의 분열을 막는 셈이다.
ESR1 변이 159명서 암 진행까지 5.5→11.1개월
승인 근거가 된 3상 임상시험 ‘EMBER-3’에는 874명이 참여했다. 이전에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단독으로 쓰거나 CDK4·6 억제제와 함께 사용했지만 병이 진행한 ER 양성·HER2 음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었다.
FDA는 이 가운데 ESR1 변이가 확인된 159명의 결과를 따로 분석했다. 인루리요와 버제니오를 함께 쓴 환자는 67명, 인루리요만 복용한 환자는 92명이었다.
암이 더 진행하거나 사망하기까지 걸린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병용군 11.1개월, 인루리요 단독군 5.5개월이었다. 병용군의 암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단독군보다 47% 낮았다.
종양 크기가 일정 기준 이상 줄어든 비율도 병용군 35%, 단독군 15%로 차이가 났다.
다만 두 약을 함께 쓰면 환자가 더 오래 산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FDA가 분석했을 당시에는 전체생존기간을 판단할 만큼 자료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버제니오에는 설사, 호중구감소증, 간독성, 간질성폐질환·폐렴, 정맥혈전색전증 등에 대한 경고가 있다.
인루리요가 미국에서 이번에 처음 허가된 것은 아니다. FDA는 2025년 9월 ESR1 변이가 있는 ER 양성·HER2 음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에 인루리요 단독요법을 먼저 승인했다. 이번에는 버제니오와 함께 쓰는 병용요법을 추가로 허가했다.
한국에서도 같은 성분의 ‘인루리오정200mg’이 지난 2월 13일 허가됐다. 이전 내분비치료 뒤 병이 진행한 ER 양성·HER2 음성·ESR1 변이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에게 단독으로 쓰는 약이다. 버제니오와 함께 쓰는 이번 병용요법은 아직 한국에서 허가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