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5일 (화)

“건강에 좋다는 시금치 고구마가?”…‘이 병’ 있으면 염증 더 키울 수 있다고?

UNC 연구팀, 크론병·궤양성대장염 장 조직서 옥살산염 운반체 발현 감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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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와 아몬드, 고구마처럼 건강식으로 알려진 식물성 식품도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의 장에서는 다르게 처리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금치와 아몬드, 고구마처럼 건강식으로 알려진 식물성 식품도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의 장에서는 다르게 처리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물성 식품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옥살산염(oxalate)이 장에 더 많이 남으면 염증 반응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UNC) 의대의 안나 C. 살바도르 박사후연구원과 셰흐자드 Z. 셰이크 의학·유전학 교수 연구팀은 식이 옥살산염과 장 염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세포 및 분자 소화기학 및 간장학(Cellular and Molecular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최근 발표했다.

옥살산염은 시금치 아몬드 고구마 비트 등 식물성 식품 전반에 들어 있는 자연 화합물이다.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아니며, 장에서 칼슘과 결합해 대변으로 나가거나 일부가 흡수돼 소변으로 배출된다. 소변 속 옥살산염이 많아지면 칼슘과 결합해 칼슘옥살산 결석, 즉 흔한 신장결석을 만들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섭취한 옥살산염 상당량이 장을 거쳐 배출된다. 연구진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와 비염증성 장질환 대조군의 대장과 회장 점막에서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고, 대변 속 옥살산염과 평소 식습관을 비교했다. 생쥐 대장염 모델과 면역세포 배양 실험도 함께 진행했다.

장에서 옥살산염 처리하는 유전자 발현 감소

분석 결과, 옥살산염의 장내 흡수와 분비에 관여하는 SLC26A2와 SLC26A3 운반체 유전자의 발현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 조직에서 모두 낮았다. 대장과 회장 등 부위가 달라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고, 염증이 활발한 조직에서는 발현 저하가 더 뚜렷했다.

연구진은 이 운반체들의 발현이 떨어지면 섭취한 옥살산염이 장에서 덜 흡수돼 대변에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장 점막이 이미 염증에 취약한 상태라면 남은 옥살산염이 선천면역 반응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론병 환자는 식물성 식품 섭취량이 대조군과 비슷했지만 대변 내 옥살산염 수치가 더 높았다. 식이 설문과 대변 대사체를 함께 분석한 비교에서는 대조군 4명, 크론병 환자 11명이 참여했다. 별도 집단의 대변 DNA 메타바코딩 분석에서도 식물 섭취 다양성은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식이 평가에 적용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생쥐 실험에서 대장염 더 빨리, 더 심하게 나타나

동물실험에서도 옥살산염의 영향이 확인됐다. 대장염 유도 물질인 덱스트란황산나트륨(DSS)과 옥살산염 보충 식단을 함께 투여한 생쥐는 다른 집단보다 생존 가능성이 60% 낮았다. 체중 감소 폭은 더 컸고, 대장 길이도 더 짧았다.

유전적으로 자발성 대장염이 생기기 쉬운 두 생쥐 모델에서는 옥살산염 식단이 대장염 발병 시기를 앞당기고 장벽 손상과 면역세포 침윤을 늘렸다. 이 생쥐들은 옥살산염 식단을 먹기 전부터 SLC26A2와 SLC26A3 발현이 낮았다.

배양세포 실험에서는 옥살산염이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의 염증 반응을 강화했다. 두 세포는 장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면역세포다.

크론병 환자 분석에서는 또 다른 옥살산염 운반체인 SLC26A6 발현이 낮은 집단에서 장이 좁아지는 협착형 질환이 더 많이 나타났다. SLC26A6 발현이 낮은 환자의 74.5%가 협착형 크론병에 해당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질환의 중증도나 진행 양상을 가늠하는 생물학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만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시금치나 견과류 등 식물성 식품을 모두 끊으라고 권고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더 큰 규모의 환자군을 장기간 추적해 식이 섭취량, 대변 옥살산염, 유전자 발현, 장내미생물 변화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환자별 옥살산염 처리 능력을 고려한 저옥살산염 식단과, 옥살산염을 분해하는 장내세균을 활용한 치료 전략을 검토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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