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하다 생긴 가벼운 부상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멍울이 유방암 3기로 밝혀진 영국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병원 방문이 늦어졌다며, 같은 일을 겪는 남성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영국 매체 더미러에 따르면, 제임스 리처즈는 36세 때인 2023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그는 어느 날 유두 뒤쪽에 완두콩만 한 멍울이 생긴 것을 발견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운동하다 다쳤거나 일시적으로 생긴 변화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가 병원을 찾은 것은 멍울을 처음 발견하고 약 3개월이 지난 뒤였다. 진료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유방클리닉에서 유방촬영술과 초음파검사, 조직검사를 받았고 며칠 뒤 유방암 3기라는 진단을 들었다. 이후 항암치료와 수술, 방사선치료를 포함한 치료 계획이 세워졌다.
그는 암 진단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유방암을 사실상 여성에게만 생기는 질환으로 생각해 왔다는 점 때문에 당혹감과 고립감까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제공받은 환자 안내문이나 지원 프로그램 대부분도 여성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어 치료 과정에서 자신이 배제된 듯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리처즈는 치료를 받는 동안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남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성에게도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 멍울을 방치하거나, 진단 후에도 자신에게 맞는 정보와 지원을 얻지 못한 환자들이었다. 그는 이후 남성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단체를 만들었다.
남성도 유방조직 있어 유방암 생길 수 있어
유방암은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지만, 남성 역시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람은 성별과 관계없이 유방조직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에 따르면 남성 유방암은 어느 연령대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60대 이후에 진단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유두로 이어지는 유관에서 시작하는 유관암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이나 유두 주변에 생기는 통증 없는 멍울이다. 유두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거나 유두·가슴 피부가 움푹 들어가고 각질이 생길 수 있다. 유두에서 분비물이나 피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 남성 유방암 한 해 156명…주로 50대 이후 발생
국내에서도 유방암 조기 발견과 환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캠페인의 내용과 상징은 대부분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나 의심해야 할 증상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실제로 환자 수는 적지만 국내에서도 매년 남성 유방암이 발생한다. 중앙암등록본부 2026년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새로 진단된 유방암은 총 2만 9871건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 환자는 156명으로, 남성이 전체 유방암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0.5%였다.
남성 유방암은 주로 중·노년층에서 발견됐다. 2023년 진단된 남성 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가 26.9%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25.6%, 50대가 23.1%로 뒤를 이었다. 남성 환자의 75.6%, 즉 4명 중 3명 이상이 50~70대에 해당했다.
2019~2023년 진단된 국내 남성 유방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88.2%로, 여성 환자의 94.8%보다 6.6%포인트 낮았다. 다만 이 차이만으로 남성 유방암이 여성 유방암보다 더 공격적이거나 예후가 반드시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남성 환자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유방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 등이 통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도 전체적으로는 남성 유방암의 예후가 더 나쁘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지만, 진단 당시 병기가 같은 환자끼리 비교하면 남녀의 생존율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성별 자체보다 암을 얼마나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했는지가 예후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가족력·유전자 변이·호르몬 변화 등이 위험 높여
남성 유방암의 정확한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나이와 가족력, 유전적 요인 등이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부모에게 물려받은 BRCA1·BRCA2 유전자 변이가 유방암 위험과 관련이 있다.
체내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만이나 간경변이 있거나 전립선암 치료 과정에서 에스트로겐 계열 약물을 사용한 경우, 고환염을 앓았거나 고환 제거 수술을 받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분의 X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는 클라인펠터증후군도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방법은 암의 병기와 특성,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암이 생긴 유방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며 필요에 따라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남성 유방암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자라는 유형이 많아 타목시펜과 같은 호르몬치료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남성 유방암은 매우 드물어 자신의 증상을 암과 연결해 생각하기 어렵다. 리처즈가 멍울을 운동 중 생긴 부상으로 여긴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성에게 흔한 암은 아니지만, 가슴에 이전에는 없던 멍울이나 유두 변화가 나타났다면 성별만을 이유로 유방암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남성도 소량의 유방조직을 가지고 있어 유방암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3년 남성 156명이 새로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Q2. 남성 유방암을 의심해야 할 증상은 무엇인가요?
A. 가슴이나 유두 주변의 통증 없는 멍울이 대표적입니다. 유두 함몰, 피부가 움푹 들어가거나 각질이 생기는 변화, 유두 분비물이나 출혈 등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지속되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남성 유방암 위험이 높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A. 나이가 많거나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BRCA1·BRCA2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위험이 높을 수 있습니다. 비만이나 간경변, 클라인펠터증후군, 일부 고환 질환과 수술 등도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