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8일 (금)

실손보험 확인 뒤 1000만원 선결제 유도⋯‘페이백’ 의심 병원 15곳 수사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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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소속 의료혁신위원회가 8월 2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제9차 회의를 열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혁신 10대 대정부 권고안을 심의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암 환자가 입원을 상담하자 한 병원은 먼저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약 1000만원짜리 진료 패키지 결제를 권했다. 이어 선결제하면 매달 50만원씩 혜택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는 제보가 정부에 접수됐다.

진료비 일부를 카페·네일숍·마사지 쿠폰으로 돌려주거나 택시비를 지원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환자의 보험상품에 맞춰 할인 내역을 관리하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실제 진료와 다른 내용의 진료기록을 작성한 정황이 있는 의료기관도 이번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보건복지부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은 의료비 불법 환급인 이른바 ‘페이백’ 등이 의심되는 병·의원 15곳을 경찰청에 추가 수사의뢰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7월 두 차례에 이은 세 번째 조치다. 행정조사반이 지난 6월 출범한 이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의료기관은 이번 15곳을 포함해 모두 33곳으로 늘었다.

요양병원 8곳 최다⋯고액 선결제 뒤 ‘혜택’ 제안

이번 수사의뢰 대상은 요양병원 8곳, 한방병원 4곳, 병원 1곳, 의원 2곳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4곳, 서울 3곳, 전남·광주 3곳 등이다.

7월 말까지 제보센터에 들어온 사례와 2차 행정조사 대상 의료기관 가운데 경찰 수사로 사실관계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곳들이다. 다만 아직까지 위법 사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A병원이 암 환자의 입원 상담 과정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 뒤 약 1000만원 상당의 패키지 선결제를 유도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월 50만원씩 실손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고, 이를 거부하면 다른 가족의 입원까지 받아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병원은 환자의 건강 상태와 관계없이 고액 입원비 패키지 결제를 권하고, 거부하면 입원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진료비 일부를 카페·네일숍·마사지 쿠폰으로 돌려주거나 택시비를 지원해 환자를 끌어들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제보센터 운영 50일 만에 102건⋯허위청구·페이백 집중

비정상·가짜진료 관련 제보도 빠르게 늘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보센터 운영 약 50일 만인 8월 7일까지 102건이 접수됐다. 허위·부당청구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페이백과 환자 유인·알선이 각각 26건이었다. 비급여 진료 패키지 관련 제보도 9건 접수됐다.

정부는 지난 7월 15일에도 페이백 등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12곳을 추가 수사의뢰했다. 당시에는 고액 비급여 패키지를 운영하거나 실손보험을 이용해 결제를 유도하고, 현금·현물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보험별 ‘할인 관리시트’⋯진료기록 다르게 쓴 정황도

보험 정보를 세세하게 관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C병원은 이른바 ‘할인 관리시트’를 만들어 환자의 보험 가입 상황에 따라 할인 여부와 외래 관리, 결제 관련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보험상품별 면책조건 등을 이용해 환자마다 다른 할인을 제공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환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실제 진료 내용과 다르게 진료기록부나 처방전 등을 작성한 정황이 있어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가릴 예정이다.

D병원은 페이백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입원비와 퇴원비 등을 현금으로 거래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환자별로 고주파 치료나 피부미용 주사 일정을 미리 짠 뒤 한 달 치료비를 기준으로 돈을 돌려줬다는 내용도 있다. 입원 환자의 자유로운 외출·외박을 허용했다는 제보도 함께 접수됐다.

이런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법이 영리를 목적으로 금품이나 교통편의 등을 제공해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진료와 다르게 진료기록부나 처방전 등을 작성하는 행위도 의료법에 따라 금지된다. 이번 사례가 실제로 이들 규정을 위반했는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이나 허위 진료기록 작성이 의료법 위반으로 인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허위·과장된 진료기록 등을 이용한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타내거나 다른 사람이 보험금을 받게 한 사실까지 확인되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적용돼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9월 초 세 번째 행정조사⋯의사회 자체 감시도 강화

복지부는 9월 초 세 번째 행정조사에 들어간다. 대한의사협회와도 협력해 의료계 내부 감시와 자정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 의사회가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위나 부적절한 진료를 자체 조사·심의하는 ‘전문가평가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의사회의 역할도 넓히기로 했다.

곽순헌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장은 “비정상·가짜진료가 선량한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재정 누수를 초래하는 고질적인 관행”이라며 “행정조사와 수사의뢰를 통해 위법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비정상·가짜진료 의심 사례는 보건복지상담센터 129나 이메일(medi129@korea.kr)로 제보할 수 있다.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도 제보할 수 있다.

제보 내용이 건강보험 부당청구나 보험사기에 해당하면 신고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건강보험 부당청구는 환수금액 등에 따라 최대 30억원, 보험사기는 신고자 유형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될 수 있다. 다만 제보만으로 자동 지급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지급 여부와 금액은 관련 기관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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