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5일 (토)

“소파에 앉아 TV만 봤더니”…20년 뒤 뇌 쪼그라들었다고?

기억 판단 시각 담당 영역 작고 백질 손상 많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중년기에 TV를 매우 자주 시청한 사람은 20여 년 뒤 기억과 판단, 시각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부피가 더 작고 뇌 백질 손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년기에 TV를 자주 시청한 사람은 20여 년 뒤 기억과 판단, 시각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부피가 더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문리대 인간 진화생물학 프로그램의 네이선 페터 박사후연구원과 생물과학·인류학과 데이비드 라이클렌 교수팀은 미국의 장기 인구 연구인 ‘지역사회 동맥경화 위험 연구(ARIC)’에 참여한 성인 약 1700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21일(현지시간)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알츠하이머협회 저널(Alzheimer’s & Dementia: Journal of the Alzheimer’s Association)》에 'Associations of Distinct Sedentary Behaviors with Cortical, Subcortical, and White Matter Hyperintensity Volumes: Evidence from the ARIC Study'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 시작 당시 평균 나이 53세였던 참가자들은 1987년부터 1989년 사이 여가 시간에 TV를 얼마나 자주 보는지 ‘전혀 또는 거의 보지 않는다’부터 ‘매우 자주 본다’까지의 척도로 답했다. 근무시간 중 앉아 있는 시간도 함께 포함됐다. 연구진은 20여 년 뒤 참가자들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TV 시청과 좌식 근무 습관에 따른 뇌 구조 차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중년기에 TV를 ‘매우 자주’ 시청했다고 답한 사람은 ‘전혀 또는 거의 보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보다 기억과 관련된 뇌 영역의 부피가 더 작았다.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변화와 관련된 영역에서도 부피 감소가 관찰됐다.

TV를 자주 본 사람들은 전두엽과 후두엽의 부피도 더 작았다. 전두엽은 계획과 의사결정 등 실행기능을 담당하고, 후두엽은 시각 정보를 처리한다.

이들의 뇌에서는 백질 고강도 신호의 부피도 더 컸다. 백질 고강도 신호는 뇌 소혈관질환을 보여주는 영상학적 징후로,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등과 연관돼 있다. 이러한 차이는 신체활동량과 당뇨병, 체질량지수(BMI), 흡연, 음주 등의 영향을 반영한 뒤에도 유지됐다.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뇌 구조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근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앉아서 보낸 사람들은 오히려 전두엽과 후두엽의 부피가 더 크고, 백질 고강도 신호의 부피는 더 작았다.

연구진은 좌식 업무에 문제 해결과 집중, 사고 같은 지적 자극이 포함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년기 TV 시청과 좌식 업무가 뇌 구조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연결된 만큼, 단순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앉아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성별 분석에서는 TV 시청 및 직장에서 앉아 있는 시간과 관련된 뇌 구조 차이 대부분이 남성에게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남성이 이러한 행동과 관련된 뇌 변화에 더 취약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성별 차이가 나타난 이유를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 책임저자인 라이클렌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번 결과는 앉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페터 연구원은 “앉아서 하는 활동에 따라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들은 오래 앉아 있지 말라는 권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앉아 있는 동안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TV 시청 습관을 참가자의 자기 보고에 의존했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연구 시작 당시 뇌 MRI를 촬영하지 않아 참가자들의 초기 뇌 구조와 이후 변화를 직접 비교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결과만으로 TV 시청이 뇌 부피 감소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처음부터 뇌 영상을 촬영해 시간에 따른 구조 변화를 추적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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