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만 보고 경영을 하면 안 됩니다.”
지난해 말 한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 임원이 회사 경영과 관련해 꺼낸 말이다.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경영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는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올해 초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현재는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이 주가의 등락에 맞춰 경영 판단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다만 주가를 관리하지 않는 것과 사업상 변화나 시장의 의문을 설명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기업의 소통방식에도 차이가 보인다.
펩트론은 대표의 발언으로 주가가 급락한 사례다. 이 회사는 일라이 릴리와 서방형 기술인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릴리의 펩타이드 물질에 적용하는 공동연구·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문제는 최호일 펩트론 대표가 한 포럼에서 릴리와의 공동연구 대상에 터제파타이드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시장에서는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기술이 터제파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마운자로·젭바운드에 적용될 가능성을 기대해 왔는데 대표의 발언으로 기대감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주가가 내려앉자 회사는 주주 서한을 내고 공동연구가 특정 상업화 제품 하나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차세대 비만·당뇨 치료제와 중추신경계 후보물질을 포함한 복수 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연구개발 관련 우려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해석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담도암 치료제 ABL001 임상 후속 분석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FDA 허가 신청 일정에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의 개발 우선순위 조정에 대해서도 개발 중단이나 계약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상훈 대표는 ABL301과 관련해 “물질이 종료된 것도 아닌데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사노피 발표 이후 주가가 약 30% 하락한 점을 언급했다.
툴젠은 특허소송과 유상증자를 둘러싼 주주들의 불안이 커지자 설명회를 열고 소통에 나섰다. 다만 소송 전략 노출을 이유로 구체적인 설명에는 한계가 있었고, “믿어달라”는 메시지만으로는 주주들의 의문을 충분히 해소하지는 못한 모습이다.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메시지의 구체성과 설득력은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 사례다.
이들 기업의 대응이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시장의 불안이 커졌을 때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고 회사의 판단을 설명하려 했다는 점은 박수칠 만하다.
문제는 주가와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져도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이 침묵하는 동안 정보의 공백은 종목토론방의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채워진다. 기업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해명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기업이 침묵하는 사이 시장의 의문이 불신으로 번지는 것까지 방치해서는 안 된다. 주가는 경영의 전부가 아니지만, 침묵의 이유도 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