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하던 14세 소녀가 독감 증상을 앓은 뒤 갑자기 목 아래가 마비된 사연이 전해졌다. 의료진은 독감이 척수 뇌졸중(spinal stroke)을 촉발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에식스주에 사는 렉시 브라운(14)은 지난해 말 어지럼증과 발열 증상을 보였다. 이후 갑자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와 응급 헬기는 렉시를 응급 처치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고, 의료진은 신경 기능 보호를 위한 혼수 치료를 시행했다.
의식을 되찾은 렉시는 걷기와 말하기, 스스로 숨 쉬는 일이 어려웠고 목 아래가 마비된 상태였다. 전에는 노래와 연극을 좋아하던 건강한 학생이었다. 렉시는 자신이 좋아하던 일상을 모두 잃은 채 지내야 했다고 들려줬다.
현재 렉시는 집중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스스로 호흡할 수 있고 팔다리 일부 움직임도 돌아왔다. 최근에는 약 30초 동안 혼자 몸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가족은 렉시의 휠체어 생활에 맞춘 주거 환경 마련과 치료 지원을 위해 고펀드미(GoFundMe)에서 온라인 모금을 진행 중이다.
독감으로 ‘척수 뇌졸중’ 어떻게?… 갑자기 마비 오면 의심해야
렉시가 앓은 척수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일반적인 뇌졸중과 달리 척수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흐름이 갑자기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의학적으로는 ‘척수경색(spinal cord infarction)’으로 불린다, 후유증으로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배뇨장애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드문 질환으로, 전체 신경계 경색 중 약 1.2%를 차지한다.
위 사연처럼 독감이 척수 뇌졸중을 직접적 원인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 감염 뒤 몸속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관 손상, 혈액 응고 이상, 면역 반응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과정이 척수 혈류에 영향을 줘 드물게 척수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척수 뇌졸중은 대동맥 질환, 혈관염, 혈압 급강하, 혈전, 심장질환과 함께 감염 이후 면역반응이 관여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증상은 일반 뇌졸중과 조금 다르다. 많은 환자들이 갑작스럽고 극심한 목·등·허리 통증을 먼저 느낀 뒤 짧은 시간 안에 양측 팔다리 힘이 빠지거나 감각 저하가 나타난다.
다리 힘이 풀리거나 걷기 어려워지고, 심하면 목 아래 전신 마비가 생기기도 한다. 소변을 보지 못하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증상이 길랑-바레증후군 같은 신경질환과 비슷해 초기 진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척수 뇌졸중만 따로 집계한 통계는 제한적이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비외상성 척수손상 발생률은 2007년 인구 100만 명당 24.1명에서 2020년 39.8명으로 증가했다. 척수경색은 이 안에서도 일부를 차지하는 희귀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독감이나 감염 이후 갑작스러운 심한 통증과 마비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단순 몸살로 넘기지 말고 빠르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