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근육량 정상인데 자꾸 넘어진다면…낙상 위험 2.65배 높인 '이 상태'

근육 빠지기 전에 기능이 먼저 무너진다…8년 추적이 밝힌 낙상의 진짜 원인

나이든 여성이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근육량이 정상이어도 균형 기능은 먼저 약해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헬스장을 꾸준히 다닌 70대 아버지가 거실에서 넘어졌다. 팔다리는 여전히 단단해 보였다. 가족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넘어지셨을까.

살이 빠지기 전, 걸음이 느려지기 전, 몸을 순간적으로 버티는 힘이 약해진 사람들이 가장 빨리 균형을 잃을 수 있다. 아버지도 근육량은 그대로였지만 균형을 잡는 기능이 먼저 약해진 것이다.

이 상태를 부르는 이름이 '다이나페니아(dynapenia)'다. 근육량은 정상인데 낙상 위험은 2.65배 높다.

근감소증보다 더 위험한 상태

그리스어로 '힘의 빈곤'을 뜻하는 다이나페니아는 근육량은 크게 줄지 않았는데도 근력과 균형 반응이 먼저 약해진 상태다. 2008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브라이언 클라크·토드 마니니 교수팀이 《노인학 저널(Journal of Gerontology)》에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근육량 감소가 크지 않은데도 다리 힘과 걷는 속도만 떨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이후 근육 크기보다 근육 기능 저하가 신체 장애와 사망 위험을 더 강하게 올린다는 연구들이 쌓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상태가 얼마나 흔한지는 한국 데이터가 말해준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국민대 이도윤 교수팀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 70대 이상 성인의 다이나페니아 유병률(전체 인구 중 해당 상태를 가진 비율)은 24.6%였다. 4명 중 1명꼴이다. 전체 성인 기준으로는 여성(8.7%)이 남성(4.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상태는 낙상과 직결된다.

대만 국방의대 삼군총의원 가정의학·노인의학과 차오 위안핑 교수팀은 65세 이상 노인 863명을 8년간 추적한 결과를 2025년 《근감소·악액질·근육 저널(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에 발표했다

다이나페니아 그룹의 낙상 위험은 정상 노인보다 2.65배 높았다. 더 눈에 띄는 결과가 있다. 근육량과 기능이 함께 줄어든 근감소증 그룹은 1.87배에 그쳤다. 근육이 빠지기 전, 기능이 먼저 떨어진 쪽이 더 위험했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나이가 들면 신경과 근육 사이의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근육이 있어도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기능이 약화되는 이유다. 발이 걸렸을 때 순간 몸을 잡고, 뒤에서 밀렸을 때 반사적으로 버티는 반응도 지구력보다 앞서 둔해진다. 이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기능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은 60세 이후 빠르게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20대와 비교해 25~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나페니아의 초기 신호는 일상에서 나타날 수 있다. 계단을 내려올 때 예전보다 난간부터 찾고, 평지인데도 발끝이 자주 걸린다. 예전엔 그냥 일어났는데 어느 순간 의자 팔걸이를 짚는다. 밤에 화장실을 가려다 휘청하는 순간도 생긴다. 그렇게 조금씩 균형은 무너진다.

한번 넘어지면 달라지는 삶의 반경

한번 넘어지면 또 넘어질까봐 외출을 꺼리는 노인이 있다. 움직임이 줄수록 하체 기능은 더 빠르게 취약해지고 다시 넘어질 위험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낙상이 무서운 이유는 사고 이후의 시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엉덩이뼈(고관절)가 부러지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된다. 고관절 골절은 단순한 뼈 손상이 아니다. 수술과 입원이 이어지면서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침대에 누워 지내는 동안 하체 힘과 균형 능력도 빠르게 떨어진다. 다시 예전처럼 걷지 못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넘어진 날 밤부터 삶의 반경이 달라질 수 있다.

낙상은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지원하는 글로벌 질병부담 연구에 따르면 2021년 세계 65세 이상 노인 낙상은 약 4566만 건에 달했다. 1990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계단 난간부터 찾기 시작했다면

다이나페니아는 막을 수 있을까.

가톨릭대 재활의학과 박재현 교수팀이 65세 이상 한국 노인 7558명을 분석했다. 아령·탄력밴드 운동이나 앉았다 일어나기처럼 근육에 저항을 주는 운동을 꾸준히 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다이나페니아 위험이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한 노인도 위험이 약 30% 낮았다. 2024년 《유럽 노화·신체활동 리뷰(European Review of Aging and Physical Activity)》에 실린 결과다.

의자에서 손을 짚지 않고 일어나기, 한 발로 잠시 버티기, 천천히 앉았다 일어나기 같은 동작은 하체 힘과 균형 반응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루 20~30분씩 주 3회 정도 이어가도록 하자.

주택 환경도 낙상 위험과 연결된다. 욕실에는 변기 옆이나 샤워 공간 입구처럼 중심이 흔들리기 쉬운 곳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이 좋다. 복도 조명을 밝게 하고 걸려 넘어지기 쉬운 높은 문턱을 없애는 것도 낙상 예방에 기여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몸의 균형은 먼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계단 난간부터 찾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 팔걸이를 짚는 일이 잦아졌다면 균형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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