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을 앓던 한 남성이 불과 15분 만에 하반신 마비 증상을 겪어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독감 증상으로 고생하던 중 척수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 질환이 발생한 것이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티누스 그레일링(35)은 2025년 7월 아내 메건과 함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 뒤 심한 독감 증상을 겪었다. 병원에서는 독감 진단을 내렸고, 그는 병가를 내고 쉬다 3일 후 다시 직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증상이 시작된 지 2주쯤 지나자 몸 상태가 다시 안좋아졌다. 그는 단순한 독감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 다른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광범위 항생제를 처방했다.
몇 시간 후 오른쪽 고관절 통증이 시작됐다. 친구 도움으로 병원에 도착했을 때도 통증은 계속 심해졌고 휠체어가 필요할 정도였다. 그는 극심한 통증 속에서 다리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약 15분 사이 마비가 빠르게 진행됐다. 다음 날 아침, 가슴 아래 부분 전체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의료진은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자가면역질환 등을 확인하기 위한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티누스는 척수와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횡단성 척수염(Transverse myelitis)’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감염 후 몸의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작동하면서 척수 부종이 생겼고, 이로인해 마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티누스는 병원에서 3개월 동안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치료, 혈장 치료를 받았다. 이후 재활병원에서 6주 동안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이어갔다. 옷 입기와 양치하기, 휠체어 사용 같은 일상생활도 다시 배워야 했다.
독감 후 갑자기 마비될 수도?…척수에 염증 생기는 횡단성 척수염은?
횡단성 척수염은 척수에 갑자기 염증이 생겨 신경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기는 신경계 질환이다. 척수는 뇌와 몸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이 부위가 붓거나 손상되면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마비, 배뇨·배변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다리 저림이나 허리 통증, 팔다리 힘 빠짐으로 시작하는 일이 많으며 몸통 아래 감각이 둔해지거나 걷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증상은 수시간 안에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고 수일에 걸쳐 악화되며, 보고에 따르면 4시간에서 21일 사이 가장 심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인은 감염 후 면역반응 이상, 자가면역질환,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질환 등 다양하다. 독감, 코로나19, 단순포진바이러스 감염 뒤 면역체계가 척수를 잘못 공격해 발생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이차성 척수염도 있지만, 여러 검사 후에도 원인을 확인하지 못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MRI, 뇌척수액 검사, 혈액검사 등을 진행했는데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특발성 척수염’으로 분류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척수염은 인구 백만 명당 연간 1~8명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 주로 10대와 30대에서 많이 나타나며 환자의 30~60%는 발병 전 감염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는 염증을 빨리 줄이는 데 집중한다.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우선 시행하며, 필요하면 혈장교환술이나 면역치료를 고려한다. 회복 속도와 정도는 개인차가 크며 재활치료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