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이 고바이오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3종을 수혈했다. 연내 임상 진입을 예고하며 개발 본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기존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들의 임상 개발이 수년 간 난항을 겪는 가운데 K-바이오 맏형 격인 셀트리온이 참여함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 섹터에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초반 수천억 원의 투자와 정부 지원을 받았던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섹터는 관련 업계의 개발 부진으로 사실상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셀트리온과 계약을 맺은 고바이오랩이나 지놈앤컴퍼니 등 주목받았던 기업들이 임상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바이오랩은 2021년 미국과 호주, 한국 등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인 ‘KGLP-007'를 궤양성 대장염 대상 임상 2상에 진입시켰다. 하지만 환자 모집 난항을 겪고 개발비 조달 문제가 불거지면서 2023년 임상을 중단했다. 2024년에는 경구용 건선 신약 파이프라인 ’KBLP-001‘에 대한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 확보에 실패했다.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을 시도한 지놈앤컴퍼니는 자사 파이프라인인 ‘GEN-001’과 면역항암제 ’아벨루맙‘의 병용임상 2상에서 객관적 반응률(19%)이 경쟁약물 대비 높게 나온 것을 확인했다. 하지많 해당 병용요법의 3상 개발은 비용 여건상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키로 노선을 정한 상태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주력 개발 분야를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선회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앞서 시판된 2종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들도 매출 확장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시장에는 스위스 페링제약의 ‘레비요타’와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의 ‘보우스트’ 등이 2022년~2023년 미국 등 주요국에서 재발성 클로스피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로 승인받고 출시됐다. CDI는 심각한 설사를 유발하는 장내 세균 감염 질환이다.
하지만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었던 레비요타는 항문을 통해 대변 속 미생물을 통째로 이식하는 용법 때문에 환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첫 캡슐형 경구제인 보우스트는 승인 당시 연간 매출 1조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캡슐 12개당 1만7500달러(약 2600만원)이라는 높은 약가 영향으로 보우스트의 분기별 매출은 200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지난 25일 고바이오랩의 ‘KC84’와 ‘KBL382’, ‘KBL385’ 등 마이크로바이옴 3종에 대한 독점적 임상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며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 물질 도입하기 위해 계약금(10억원)과 마일스톤, 상업화 성공 기술료 등 총 2052억원을 단계별로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셀트리온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와 관련, 설사형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D) 등 염증성 장 질환(IBD)을 적응증으로 설정하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내 임상에 진입하는 동시에 개념 증명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2022년부터 고바이오랩과 협업을 통해 연구 성과를 직접 확인해 온 만큼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양 사가 첫 협업을 맺을 당시 주목한 물질이 이번에 도입한 KBL385이며, IBS-D 및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 등을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종의 물질이 경구 용법으로 개발되는 것은 확인됐지만, 명확한 균주와 그 특성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해 차세대 치료 옵션을 확보하고 장 질환 분야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를 양축으로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과 항암 등 여러 적응증을 노리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파이프라인 쏟아지던 기세가 현재 크게 꺾였다”며 “CJ바이오사이언스나 리비옴 등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수의 기업이 임상을 이어가는 상황인데, 셀트리온과 고바이오랩이 성과를 낸다면 관련 업계도 다시 활기가 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