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폐경 초입인데 골다공증도 있어요. 테스토스테론 치료가 갱년기 증상 완화 등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가요?”
최근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이 마치 젊음과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묘약인 것처럼 입소문이 나고 있다. 안면홍조, 우울감, 기억력 저하 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병원을 찾아 처방을 문의하는 여성들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는 것은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회색 지대'에 놓여있다. 수잔 데이비스 호주 퀸즐랜드 의대 교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에서 테스토스테론 열풍이 불고 있지만, 대다수 의료계는 아직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일부 의사들은 깊은 이해 없이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학이 입증한 유일한 효과는 '성욕 저하 치료'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여성에게도 자연적으로 소량 분비된다. 성욕을 조절하고 뼈와 근육 건강을 유지하며, 기분과 활력에도 기여하는 필수 호르몬이다.
다만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투약했을 때 입증된 효과는 폐경 후 나타나는 '성욕감퇴장애(HSDD)' 치료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든 여성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약 60% 정도의 환자에게서만 증상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성욕은 스트레스, 부부 관계, 복용 약물,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호르몬 문제로만 단정하기 어렵다.
활력·뼈 건강 개선? 의학적 근거 불분명…부작용 우려 커
문제는 소셜미디어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성욕 문제뿐 아니라 활력 증진, 기분 개선, 골밀도 강화, 근육량 유지 등 만병통치약처럼 홍보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능은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검증된 바 없으며,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에게 맞는 표준화된 처방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호주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는 여성용 테스토스테론 치료제를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때문에 국내 병원에서는 남성용으로 허가된 제품을 소량으로 나눠 처방하는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 방식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의료계는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할 때 남성 용량의 10분의 1 수준을 적정량으로 추정할 뿐, 명확한 기준은 없다. 개인마다 약물에 반응하는 정도도 달라, 이처럼 불확실한 기준에 따른 처방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과다 투여 때 피부 번들거림, 여드름, 다모증과 같은 미용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두피 탈모나 목소리 변화 등 이른바 '남성화' 부작용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목소리 변화는 한 번 변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어 여성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비슷하다.
김탁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미국 산부인과 학회에서도 폐경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권고하지 않는다"며 "성욕 개선이라는 제한적 효과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권식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유럽에서는 여성에게 사용이 허가되어 있다"면서 "다만 단순히 활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사용할 약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