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의료데이터는 전략 자산…미·중은 질주, 한국은 ‘규제정비’

세계는 ‘데이터 주권’ 확보 전쟁…통합 인프라 구축 시급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중국을 비롯한 5개 우려국의 과학자들이 유전적 변이, 암 발병 사례,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 대한 정보를 보유한 21개의 생물의학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데이터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법·제도 미비와 행정적 문제에 가로막혀 데이터 기반 미래 의료산업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이른바 ‘우려 국가’ 소속 연구자들이 유전적 변이, 암 발병 사례, 신경퇴행성 질환 등 21개 주요 생의학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이 조치는 미국이 보유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중국 등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려는 강경 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의료 AI 개발 능력이 급성장한 중국을 직접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이미 지난 10여 년간 국가 주도로 의료기록의 디지털화와 바이오 데이터 수집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왔다. AI 진료 기술 개발과 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동시에 '개인정보보호법', '데이터 국외 이전 안전평가방법', '생물안전법' 등을 통해 자국 내 데이터를 외국 기관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미국도 자국 의료데이터를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방대한 양의 의료 정보를 외부 접근으로부터 보호하고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AI 기반 의료기술 경쟁에서 데이터는 핵심 자원이자 기술 경쟁력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데이터 활용 수준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강한 규제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등 부처 간 칸막이 행정으로 인해 통합적인 데이터 활용이 사실상 어렵다. 예를 들어 청소년 건강정보는 교육부, 군 장병의 의료정보는 국방부가 따로 보유하고 관리하다 보니 의료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따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국가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출범시키며 헬스케어 데이터 생태계 기반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가 존재하는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데이터 접근과 활용을 원하는 수요는 높지만, 실제 데이터가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활용에 필요한 절차와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한국의 임상연구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은 제한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이나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도 데이터가 각 병원에 존재하다 보니 허락을 받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료데이터는 이제 단순한 정보의 축적을 넘어, AI 시대에 국가의 의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기술력만큼이나 방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의료 혁신의 관건이 된 지금, 한국도 법·제도 정비와 부처 간 유기적 협력 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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