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안구마우스 쓰며 대학 입학한 '한국의 호킹'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10회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 열어

14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김동환(24)씨가 어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윤은숙 기자

"고된 과정을 뚫고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고난의 순간마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저를 도와주셨던 여러 분들이 제 주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4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는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다. 대학 입학생 8명과 졸업생 5명을 축하하는 자리다. 학생들은 모두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성근위축증과 같은 신경근육계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다. 병에 걸리면 서서히 근육이 퇴화해 온몸의 근력이 마비되고, 시간이 지나면 호흡근마저도 약해진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숨 쉬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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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신입생 대표로 축사를 한 권정욱(20) 씨는 폼페병을 앓고 있다. 4만 명 중 1명에게 생기는 희귀병이다. 폼페병은 당원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생긴다. 근육 내에 당원이 축적돼 근육이 상한다. 근력이 떨어지고, 호흡도 힘들어진다. 꾸준한 재활과 치료가 이어져야 한다. 권 씨는 지금도 매일 밤 인공호흡기를 착용한다.

수험 생활은 일반 학생들도 힘든 일인데, 권 씨는 그보다 몇 배 더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때때로 찾아오는 어지럼증 등으로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 하지만 꿈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군분투였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고려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서 본격적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사실 기쁜 합격 소식을 들은 것은 이미 1년 전이었다. 그러나 입학을 앞두고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증세가 악화하면서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다.

휴학을 마치고 교정으로 돌아가는 권 씨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섯 살 때 진단을 받은 권 씨는 학창 시절이 온통 가시밭길이었다. 초등학교 때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권 씨를 두고 주변 아이들이 던지는 날 선 말과 따돌림이 큰 상처였다. 그런 그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준 것 역시 중학교 때 만난 아이들의 격려와 응원의 말이었다.

권 씨는 "소통할 때 말의 미세하게 다른 부분에서도 크게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면서 "학창 시절 아이들이 응원해 주는 단어 하나하나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런 언어의 중요성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알리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호킹 행사에 대해 권 씨는 "막연히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가지는 일이 많은데, 오늘은 우리가 해낸 것을 증명하는 자리라 너무 뜻 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최근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 안 좋게 바라보고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컸는데, 장애인들이 맞닥뜨리는 고통에 대해서도 공감해 주는 목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듀센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김동환(24) 씨는 올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를 졸업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근육에 이상이 생긴 김 씨의 병은 현재진행형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이 병의 특징은 시간이 지날수록 근육 힘이 빠지는 것이다. 증상은 다리부터 시작됐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 권 씨는 결국 휠체어에 앉게 됐다. 이후 증상은 팔로 옮겨가 팔 근육도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결국 자발적 호흡도 힘들어졌지만, 재활 호흡을 시작한 뒤로 생활의 질은 크게 나아졌다. 매일 밤 7시간 동안 인공호흡기를 차고 재활을 하지만 일상의 숨쉬기는 이제 훨씬 수월하다.

숨이 나아진 김 씨에게 68km나 떨어진 학교에 통학하고, 오랫동안 앉아있어야 하는 수업은 힘들지만 넘을 수 있는 산이었다. 이제 그는 다른 꿈을 꾼다. 초등학교 때부터 매료된 축구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기자가 되는 것이다. 김 씨는 "좋아하는 축구를 몸으로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으로 글을 써서 축구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김 씨와 가족은 그가 '모범 납세자'가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장애인을 세금 축 내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오랜 시간 상처를 받아왔던 탓이다. 김 씨는 "내가 직접 돈을 벌어 스스로 메뉴를 골라 배달시켜 먹는 것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14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특별한 졸업식희망의 입학식’ 행사에서 가족과 관계자들이 희귀질환 환자들의 대학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생명보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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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원예술대학교 컴퓨터 애니메이션학과에 입학하는 김선호(19) 씨의 아버지 김연중(53) 씨는 "우리 아이는 환자 92%가 두 살 전에 죽는 병을 앓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아이가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안구마우스로 한 문장을 쓰려면 30분이 걸릴 때도 있는데, 배움의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아마 일반인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라고 말했다.

선호 씨가 앓는 병은 제 1형 척수성 근육위축(Spinal muscular atrophy type I: SMA1)이다.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 유전자의 손상 혹은 소실로 인해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유전질환이다. 선호 씨는 24시간 인공호흡기를 차고 있다. 인지기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리와 안구의 움직임을 통해 제한적으로 자기 의사를 전달할 뿐이다.

김선호씨와 아버지 김연중씨가 감사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김연중 씨는 "아이가 너무 아팠기 때문에 학교에 보낸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랬던 내가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된 것은 10년 전에 참여했던 호킹 행사 덕분이다. 저도 과거에 이 자리에 섰던 누군가를 보고 희망을 품었고, 또 오늘 모여 있는 우리를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틀림없이 희망을 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송영구 병원장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김정석 상임이사, 평소 호흡재활센터와 환자들을 후원해 온 여러 기관 관계자, 그리고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김석훈 씨와 가수 전지윤 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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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2-20 09:09:35

      아주 좋은뉴스 입니다.어떠한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굴하지않고 최선을다해 목표를 달성한 이분들은 인간승리이며 많은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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