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04호 (2019-04-01일자)

만우절은 '행복한 바보의 날?'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부터 학교에서 교실의 학생들을 바꾼다든지, 책상 방향을 바꾼다든지 등의 이벤트가 횡행했고, 요즘엔 게임사, 영화사 등이 저마다 만우절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서양에서는 언론들이 만우절 기사를 내보내서 사람들을 속이지요. 공정방송으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BBC방송의 만우절 기사들은 기발함을 자랑합니다. 1957년에는 “스위스에서 올해 이상기온으로 나무에 스파게티가 열리고 있다”며 수확하는 장면까지 내보내자 재배 방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합니다. 1976년 “명왕성이 목성 뒤를 지나가는 특이한 천체현상이 발생해 지구의 중력이 감소하고 바로 이 순간 점프를 하면 몸이 공중에 뜨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보도로 수많은 사람을 껑충껑충 뛰게 만들었죠. 네덜란드 공영방송은 1960년 만우절 뉴스시간에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는 보도를 내보내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만우절에 진실이 거짓말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2003년 오늘 홍콩 배우 장국영이 투신자살했다는 속보에 수많은 사람이 ‘만우절 거짓보도’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 구글이 Gmail을 공개하면서 1GB라는 무료용량을 제공한다고 하자, 당시로서는 엄청난 용량 때문에 만우절 농담으로 여겼습니다.
만우절은 한자로 ‘萬愚節’로 ‘많은 사람이 어리보기가 되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영어 ‘All Fool’s Day’를 번역한 것입니다. 매일 ‘진실의 강박’ 속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하루쯤 속고 속이면서 서로 바보가 되는 날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매일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만우절의 의미가 없을 겁니다. 정치인들에겐 만우절을 적용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조차 있지요. 오늘은 즐겁게 속이고, 속으면서 마음을 비우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그렇다고 늘 허위신고 때문에 고생하는 경찰서, 소방서에 장난전화 거시지는 마세요. 즐겁게 속을 사람이 없으니까요. 만우절은 거짓말하는 날이라기보다는, 함께 행복한 바보가 되는 날! 사실, 오늘뿐 아니라 늘 조금씩 비우고 바보처럼 살면 좀 더 행복해질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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