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 (수)

숨쉬기 힘들던 45세 남성⋯폐 씻어보니 '우윳빛 액체' 나온 이유

중국 남성, 금속 분진 노출 뒤 희귀 폐질환⋯폐 세척액서 알루미늄 농도 대조군의 14배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폐포(허파꽈리)에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폐포단백증을 표현한 의학 일러스트. 작업 중 들이마신 금속 분진이 기도를 거쳐 폐로 들어가고, 폐포 안에 쌓인 물질이 산소가 혈액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모습. 왼쪽 아래는 폐를 씻어 회수한 우윳빛 세척액을, 오른쪽 아래는 정상 폐포와의 차이를 함께 나타냈다. 그림=AI 생성 이미지

3개월 넘게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했던 45세 남성이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의료진이 기관지내시경으로 폐를 씻자 우유처럼 뿌연 액체가 나왔다. 원인을 추적하던 의료진은 환자의 작업 경력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중국 베이징협화병원 류윈신 등 연구진은 금속 분진 노출과 관련된 희귀 폐질환 '폐포단백증' 사례를 3일 국제학술지 《BMC 폐의학(BMC Pulmonary Medicine)》에 발표했다.

폐에서 나온 우윳빛 액체의 정체는?

남성은 2026년 1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앓은 뒤 호흡곤란이 심해졌다. 입원 당시 산소포화도는 86%까지 떨어졌다. 숨이 너무 차 폐기능검사조차 받지 못했고, 고농도 산소를 공급받아야 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양쪽 폐가 뿌옇게 보였다. 기관지내시경 검사에서 나온 우윳빛 세척액에는 단백질 성분이 다량 들어 있었다. 의료진은 폐 조직검사까지 거쳐 폐포단백증으로 진단했다.

폐포단백증은 폐포(허파꽈리)에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지나치게 쌓이는 희귀질환이다. 폐포는 산소를 혈액으로 전달하는 작은 공기주머니다. 쌓인 물질이 산소 교환을 방해하면 심한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폐포단백증 환자의 폐를 세척하면서 회수한 우윳빛 액체. A는 세척 초기부터 중간, 마지막 단계까지 액체가 점차 맑아지는 모습이다. B는 폐 일부를 세척해 모은 액체와 검체를 보여준다. 사진은 이번 중국 환자와 무관하다. 사진=Boyce 등, 《BMC Pulmonary Medicine》(2019), CC BY 4.0.

작업장에서 들이마신 금속가루가 원인?

남성은 20년 넘게 철골 구조물 제작 일을 했다. 특히 2025년 8~11월에는 교량 부품 공장에서 알루미늄 분사와 전기용접 작업을 맡았다.

폐 세척액의 알루미늄 농도는 리터당 1473.6㎍(마이크로그램)으로, 논문에 제시된 대조군의 103㎍보다 약 14배 높았다. 폐 조직과 작업장 잔여물에서도 알루미늄이 나왔다.

연구진은 금속 입자가 폐포를 청소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쌓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다른 금속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어 알루미늄만을 원인으로 단정하지는 않았다.

의료진은 5월과 6월 양쪽 폐를 차례로 씻어 쌓인 물질을 제거했다. 이후 호흡곤란이 줄고 CT에서도 폐 상태가 호전됐다. 마지막 폐 세척 약 3개월 뒤에는 보조 산소를 공급받으며 약 500m를 걸을 수 있었다. 다만 산소 공급은 여전히 필요했다.

용접·금속 분사 작업자, 이런 습관 중요

남성은 작업 당시 일회용 먼지 마스크와 얼굴 보호구를 착용했지만, 적합한 호흡보호구는 사용하지 않았다. 작업장의 환기시설 상태와 실제 분진 농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를 막론하고 용접·금속가공 작업자는 비슷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작업장에서는 분진과 용접흄(용접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연기 입자)을 발생 지점에서 빨아들이는 국소배기장치를 갖추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근로자는 작업에 맞는 호흡보호구를 밀착, 착용해야 한다. 얼굴 보호대만으로는 호흡기를 보호할 수 없다.

청소할 때 금속가루를 빗자루로 쓸거나 압축공기로 불어내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분진이 다시 공중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고성능 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나 적절한 습식 청소가 안전하다. 식사 전 손을 씻고 귀가 전 작업복을 갈아입는 습관도 필요하다.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오래 이어진다면 진료받을 때 어떤 금속을 다뤘는지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법정 특수건강진단 대상 근로자는 정해진 주기에 맞춰 검진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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