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증가한 데 이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도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염병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독감과 코로나19뿐 아니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RSV는 영유아에게 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 중증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고령층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건강한 성인에서는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는 폐렴 등 중증 호흡기질환으로 악화해 입원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허중연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RSV는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콧물, 인후통,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RSV는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와 달리 현재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없다”며 “중증으로 진행했을 때 이를 치료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는 75세 이상 모든 성인과 50~74세 중증 RSV 감염 고위험군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RSV 백신 접종이 필요한 고위험군에는 어떤 사람들이 해당될까. 백신의 예방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독감·코로나19 백신과 함께 접종해도 괜찮을까.
코메디닷컴이 RSV 감염의 위험성과 백신 접종에 관한 궁금증을 허 교수에게 물어봤다.
Q. RSV는 독감이나 코로나19에 비해 성인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성인 RSV 감염증의 인지도가 낮았던 가장 큰 이유는 진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RSV에 감염됐더라도 원인을 확인하지 못한 채 ‘원인 불명의 폐렴’으로 진료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감염 분야 전문의를 제외하면 의료진도 실제 진료에서 성인 RSV 감염증을 확인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과거에는 바이러스 배양 검사에 의존해 RSV를 진단하기 어려웠지만, PCR을 이용한 분자진단 기술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다중 PCR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성인 RSV 감염 사례도 이전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성인 RSV 감염증을 진단하기 쉽지 않다. 주로 사용하는 신속항원검사는 성인에서 RSV 검출 민감도가 낮아 감염됐더라도 음성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큰 병원에 입원한 뒤에야 RSV 감염이 확인되기도 한다.
Q. 고령층에서 RSV 감염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A. RSV 감염의 위험성은 급성기 폐렴이나 호흡부전뿐 아니라 회복 이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70대 후반에서 80대의 고령 환자는 RSV 감염으로 입원한 뒤 회복하더라도 이전의 신체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환자는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저하돼 장기간 재활이나 돌봄이 필요하고, 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고령층에서는 RSV 감염으로 인한 중증 질환과 입원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고령자 외에 중증 RSV 감염에 취약한 대상은 누구인가?
심장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증상이 심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천식, 심한 심부전이 있는 환자는 75세 미만이어도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다.
장기이식 환자와 같이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면역저하자도 주의해야 한다. RSV 감염에서 회복하려면 체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야 하는데, 면역저하자는 이러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아 몸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다.

Q. RSV 백신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나?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RSV 백신 개발에서는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1960년대 개발된 불활화 RSV 백신을 접종한 일부 소아에서 이후 자연감염 시 오히려 중증 호흡기질환이 발생하는 문제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바이러스 항원의 구조에 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RSV 표면의 융합 단백질인 F 단백질(fusion protein)이 백신 개발의 핵심 표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F 단백질의 ‘융합 전 형태(pre-fusion)’를 항원으로 활용하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현재의 RSV 백신은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접종 후 체내에서 항체가 형성되도록 유도해 RSV로 인한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
Q. RSV 백신의 예방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RSV 백신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단순한 감염 예방뿐 아니라 폐렴 등 하기도질환 발생 위험을 얼마나 줄이는지가 중요하다. 하기도질환은 기관지와 폐 등 아래쪽 호흡기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령자나 면역저하자에서는 중증으로 진행해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RSV 백신 ‘아렉스비’의 3상 임상시험에서 첫 번째 RSV 유행 시즌의 RSV 관련 하기도질환 예방효과는 전체 대상자에서 82.6%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에서 미리 정한 특정 기저질환을 가진 대상자에서는 예방효과가 94.6%였다.
특정 기저질환이 있는 대상자에서 두 시즌과 세 시즌에 걸친 누적 예방효과는 각각 66.7%, 64.7%로 나타났다. 이는 1회 접종으로 여러 RSV 유행 시즌에 걸쳐 하기도질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Q. RSV 백신은 한 번만 접종해도 되나? 독감 백신처럼 매년 맞을 필요는 없나?
현재 RSV 백신은 1회 접종이 권고되며, 매년 반복 접종하도록 권고하지는 않는다.
인플루엔자는 유행 바이러스의 항원 특성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매년 백신주를 변경해 접종한다. 코로나19 역시 유행 변이와 면역 감소 등을 고려해 접종 권고가 조정된다.
반면 RSV 백신은 1회 접종 후 여러 유행 시즌에 걸쳐 예방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렉스비는 현재 세 번의 RSV 유행 시즌에 걸쳐 예방효과가 유지되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다만 RSV 백신은 실제 사용 경험이 아직 길지 않은 만큼, 세 시즌 이후 예방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Q. RSV 백신을 독감·코로나19 백신과 동시에 접종해도 괜찮나?
세 가지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최근 개발된 효과가 좋은 백신은 접종 후 국소 이상 반응이나 근육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RSV 백신도 이 같은 국소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여러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이러한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RSV 백신의 주요 접종 대상이 고령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의 건강 상태와 접종 여건에 따라 나눠서 접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접종을 나눠서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소 간격은 없다. 다만 접종 후 초기 이상반응이 대개 2~3일 이내에 나타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접종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Q. 대한감염학회가 권고하는 RSV 백신 접종 대상은 누구인가?
대한감염학회는 75세 이상 모든 성인과 50~74세 중증 RSV 감염 고위험군에게 RS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50~74세 고위험군에는 만성 심장·폐 질환자와 조혈모세포 이식 또는 고형장기 이식을 받은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등 면역저하자가 포함된다. 이러한 권고는 국내 RSV 질병부담과 해외 주요국의 예방접종 권고사항 등을 검토해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됐다.
Q. 실제 의료 현장에서 고위험군의 RSV 백신 접종은 얼마나 이뤄지고 있나?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성인 RSV 감염증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낮으며, 질환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백신 접종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해외에서는 RSV 백신 도입 이후 실제 진료환경에서의 예방 효과와 안전성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RSV의 질병부담과 백신의 실제 예방효과에 관한 근거를 축적하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국가예방접종사업 포함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근거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의료진과 정부, 국민 인식 차원에서도 아직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할 단계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