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페는 가격만 문제가 아니라 성능도 문제지.”
“효과는 떨어지는데 부작용이 적다는 게 장점이라는 건가?”
한미약품이 개발한 국내 첫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두고 출시 전부터 온라인에서 나온 반응이다. 일부 주식 관련 게시판과 비만치료제 커뮤니티에서는 기존 치료제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떨어지고 장기 투여 시 가격경쟁력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에페는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데 이어 29일부터 처방이 시작됐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대상 임상 결과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초기 공급가격을 앞세워 위고비·마운자로가 주도하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이 같은 지적은 얼마나 타당할까. 에페의 체중감량 효과는 실제로 기존 치료제보다 낮을까. 처방 초기에는 저렴해도 장기간 투여하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까. 상대적으로 적은 위장관 부작용과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심혈관계 효과는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에페를 둘러싼 주요 쟁점을 코메디닷컴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① 에페·위고비·마운자로, 체중감량률 단순 비교 가능한가
한미약품에 따르면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에페를 10mg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한 투여군의 40주 시점 평균 체중감량률은 9.75%였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임상 3상 ‘STEP 1’ 연구에서 68주간 2.4mg 투여군 기준 평균 14.9%,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임상 3상 ‘SURMOUNT-1’ 연구에서 72주간 15mg 투여군 기준 평균 20.9%의 체중감량률을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에페의 감량률이 두 제품보다 낮게 나타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세 임상시험은 평가 기간과 참여 환자의 특성, 약물 용량, 통계 분석 방식 등이 달라 결과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특히 인종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위고비의 STEP 1 연구에서 아시아인 참가자 비율은 13.3%, 마운자로의 SURMOUNT-1 연구에서는 10.9%였으며, 두 연구 모두 백인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에페의 임상 3상은 한국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류영상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는 연구 설계와 대상 환자군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주요 연구는 서양인을 중심으로 진행된 반면 에페는 상대적으로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낮은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연구 기간이다. 에페는 현재 40주 결과가 알려져 있지만,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대표 연구는 1년 이상 관찰한 결과”라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체중감량률만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또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GLP-1 계열 약제는 64주까지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에페도 장기간 데이터에서는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체중감량은 투여 기간에 비례해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에페의 40주 결과를 바탕으로 68~72주 시점의 감량률을 단순 계산하거나 장기적인 효과의 한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약제 간 비교와 별개로 실제 체중감량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체중의 5~10%를 줄이면 혈당과 혈압 등 대사건강 개선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인 박정환 한양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가 아니라면 체중을 약 10% 줄이는 것만으로도 비만 단계가 낮아질 수 있다”며 “대부분의 환자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효과”라고 평가했다.
류 교수도 “체중이 5% 정도만 감소해도 혈당과 지질 수치 등 대사 지표가 개선될 수 있어 10% 안팎의 감량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환자마다 필요한 감량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감량률 하나만으로 약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② “처음에만 싸다?”⋯장기투여할 때 가격경쟁력은
에페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가격이다. 초기 공급가격은 저렴하지만 장기간 투여할 경우 기존 치료제와 차이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에페의 첫 4주분 공급가격은 12만9800원으로, 마운자로(약 27만원)와 위고비(약 21만원)의 최저 용량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용량을 늘려 13주차부터 유지용량인 10mg을 투여하면 4주분 공급가격은 29만9200원으로 올라간다. 초기에는 가격상 이점이 크지만 유지용량에 도달하면 격차가 줄어드는 셈이다.
류 교수는 “가격이 기대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의견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국내에서 개발한 약이기 때문에 더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일부 유지용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격 차이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도 “에페는 최고 용량까지 올리더라도 마운자로나 위고비보다 비용이 저렴할 것”이라며 “한 달에 몇만 원씩만 차이가 나더라도 장기간 치료하면 누적 비용은 상당해질 수 있어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제시된 금액은 제약사의 공급가격으로,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약값과는 차이가 있다.
③ 위장관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낮아⋯다른 적응증 선택지로도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에페가 체중감량 효과 외에도 약물의 내약성과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심혈관계 효과 등을 바탕으로 치료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기존 약제를 사용하면서 구토, 메스꺼움 등 위장관 부작용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체중감량 효과뿐 아니라 대사질환이나 심혈관질환과 관련된 이점도 치료제를 평가할 때 중요하다”며 “에페의 주성분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과거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신장질환과 추가 심혈관 위험요인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 4076명을 대상으로 한 ‘AMPLITUDE-O’ 연구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 투여군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위약군보다 27% 낮았다.
다만 이 연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에페글레나타이드 4mg 또는 6mg을 투여한 시험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에페의 사용 대상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다.
전문가들은 향후 임상 결과에 따라 에페의 치료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미 당뇨병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추가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4월부터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 3상에서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처방이 시작되기도 전에 효능과 가격에 대한 논쟁이 불거진 걸 두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 교수는 “에페는 가격도 기존 비만치료제들보다 더 저렴하고 위장관 부작용도 적다는 측면만 봐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아직 이 약을 처방받아 사용해본 사람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체중감량 효과 등에 대해 근거 없이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관련 데이터들을 더 축적하고 분석해나가며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류 교수는 “위고비나 마운자로도 임상시험에서는 체중감량률이 15%, 20% 정도로 나타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그 정도까지 체중이 빠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임상시험 결과와 실제 진료 현장에서 나타나는 결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페도 앞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여러 의료진의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