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술과 얼굴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푼 30세 남성의 혈관 안에서 사상충으로 의심되는 물체 두 개가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의료진은 이를 얼굴이라는 이례적인 부위에 나타난 매우 드문 ‘기생충성 동맥류’ 의심 사례로 보고했다.
모로코 라바트 메덱스 대학병원 혈관외과 아미라 벤젤룬 의료진에 따르면, 가봉 출신인 이 남성은 왼쪽 윗입술과 볼·관자놀이 부위에 생긴 혹으로 병원을 찾았다. 윗입술 병변은 약 2.5cm×1cm, 볼과 관자놀이 부위의 병변은 약 4cm×4cm였다. 손으로 만지면 진동이 느껴졌다.
혈관 막는 치료 준비하다…안에서 움직이는 두 개의 물체 포착
윗입술 병변은 2012년께부터 나타나 점차 커졌다. 남성은 외모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치료를 원했다. 의료진은 부풀어 오른 입술 혈관을 수술로 제거하기로 했다. 수술 중 출혈을 줄이기 위해 먼저 병변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작은 금속 코일로 막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혈관조영술(조영제를 넣고 X선으로 혈관을 보는 검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 포착됐다. 혈관 안에 있던 구불구불한 물체 두 개가 검사 도중 위치를 바꾼 것이다. 의료진은 기생충일 가능성을 고려해 코일을 넣는 치료를 중단했다.
병력을 다시 확인하자 남성은 어릴 때 사상충에 감염돼 치료받은 적이 있었다. 사상충은 실처럼 가늘고 긴 기생충이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혈관조영술에서 움직이는 뱀 모양의 혈관 내 물체들이 관찰돼 사상충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감염력과 영상 소견을 종합한 의료진은 감염이 남아 있거나 다시 생겼을 가능성을 고려했다. 이에 남성에게 이버멕틴과 알벤다졸 등 구충제 치료를 진행했다.
모기가 옮기는 사상충…구충제 치료 뒤 입술·얼굴 병변 제거
의료진은 림프사상충증을 의심했다. 이는 감염된 모기에 물려 전파되는 기생충 질환이다. 성충은 주로 림프관에 산다. 림프관은 조직 사이의 체액을 모아 혈액으로 돌려보내는 통로다. 기생충이 이 통로를 손상시키거나 막으면 팔다리 등이 심하게 붓기도 한다. 반면 혈관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동맥류와의 연관성이 보고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남성은 구충제 치료를 받은 뒤 윗입술의 동맥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볼과 관자놀이 병변은 크기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고, 남성의 업무와 해외 이동 일정 때문에 수술이 늦어졌다.
의료진은 아래쪽 근육을 보존하면서 눈에 보이는 병변을 모두 제거했다. 수술 후 얼굴 신경 손상은 없었다. 남성은 나흘 뒤 퇴원했고, 6개월 뒤에도 통증이나 감각 이상 없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구충제 치료 후 제거한 볼·관자놀이 조직에서는 기생충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혈관에서 움직인 구조물과 과거 감염력, 수술 전 구충제 치료 등을 고려하면, 제거된 조직에서 사상충이 보이지 않았어도 기생충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