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같은 중증 COPD 환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제가 조금 더 살겠다고 자식들에게 계속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추가적인 치료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대체불가 숨 쉴 권리, 국가 COPD 전주기 관리체계 완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대표로 참석한 김정호 씨(73)는 이같이 투병의 고충을 전했다.
김 씨는 “현재 폐기능이 정상인의 27% 수준으로, 거실에서 화장실만 다녀와도 쉬어야 할 정도로 숨쉬기가 힘들다”며 “남은 생애 동안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숨 쉬고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증 COPD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의 치료비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 개최한 이번 토론회는 COPD의 조기 발견부터 지속적인 관리, 중증 환자 치료까지 국가 차원의 전주기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COPD는 기도와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해 공기 흐름이 제한되는 질환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유병률이 증가한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2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성인의 COPD 유병률은 10.4%를 기록했다. 70세 이상에서는 25.3%로 높아졌다.
특히 COPD는 한 번 손상된 폐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운 비가역적 질환이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급성악화가 반복되면 입원과 사망 위험도 높아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올해 1월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가 도입되면서 COPD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날 전문가들은 검진 이후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중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가의 치료비 감당 어려워”⋯신약 급여·산정특례 지원 촉구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심재정 한국호흡기장애인협회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호흡기 장애인들은 대부분 고령이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하다”며 “경제적 부담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폐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산소치료나 반복적인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중증 COPD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주목받는 생물학적 제제의 높은 비용이 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심 이사장은 “최근 표적치료제와 생물학적 제제 등이 나오고 있지만 치료비가 한 달에 약 15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며 “매달 이 정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COPD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면 삶의 질 개선과 사망 위험 감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정특례 등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건강보험 당국은 중증 COPD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숙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신약등재부장은 “현재 듀피젠트의 COPD 치료 관련 건강보험 급여 기준 논의는 마무리됐으며, 제약사와 약가 및 비용효과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 제출과 후속 절차가 원활히 진행된다면 급여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COPD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다양화하고 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며 “비용효과성 평가 이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COPD, 조기 발견만으로는 부족⋯질환 인식 개선·교육 수가 마련 필요
중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 개선과 함께 COPD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높이고,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광하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이사장은 “COPD는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중증 만성질환이지만, 국내 환자들의 질환 인지율과 치료율은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기능검사를 통해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체계적인 질환 교육과 적기 치료까지 이어져야 제도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국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간행이사(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도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검사가 도입되면서 일차·이차의료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전국 일차·이차의료기관에서 COPD 환자를 진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의료진의 희생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환자들에게 질환과 치료법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상담 수가와 이에 걸맞은 진료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