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결핵 치료법을 한국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한 결과, 기존 대안 치료법과 치료 성적 및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임상 근거가 부족했던 WHO 권고 요법을 한국 환자에게 적용하고 치료 경과를 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특정 결핵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의 치료법 선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민진수·이종민 교수 연구팀은 결핵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항생제인 ‘이소니아지드’에 내성을 보이는 폐결핵 환자를 대상으로 WHO 권고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를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임상미생물감염병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linical Microbiology &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됐다.
이소니아지드는 결핵균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1차 표준치료의 핵심 약제로, 이 약에 내성이 생기면 일반적인 치료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WHO는 이소니아지드 내성 환자에게 기존 결핵 치료제인 리팜피신·에탐부톨·피라진아마이드에 퀴놀론계 항생제인 레보플록사신을 추가해 6개월간 치료하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이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전향적 연구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결핵관리사업에 참여한 국내 15개 병원에서 관찰한 성인 폐결핵 환자 2871명 가운데 이소니아지드에만 내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99명의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이 중 55명은 퀴놀론계 항생제를 포함한 6개월 치료를 받았고, 나머지 44명은 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치료를 받았다.
분석 결과, 치료를 마친 뒤 12개월 이내에 결핵이 재발하지 않은 비율은 퀴놀론계 항생제 사용 그룹이 70.9%, 미사용 그룹이 72.7%로 나타났다. 퀴놀론계 항생제를 추가하더라도 치료 성적이 더 좋아지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별 특성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 분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은 퀴놀론계 항생제 사용 그룹이 29.1%, 미사용 그룹이 20.5%로 차이는 있었지만,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WHO가 권고하는 6개월 치료 요법이 국내 실제 진료 환경에서도 기존 대안 요법과 비슷한 치료 성적과 안전성을 보인다는 전향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 대상자가 99명으로 비교적 적고, 치료법을 무작위로 배정하지 않은 관찰연구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진수 교수는 “이소니아지드 단독내성 폐결핵은 가장 흔한 약제내성 결핵이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치료 근거는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환자별 특성과 약제 이상 반응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