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2월 국내 비대면진료의 정식 제도화를 앞두고 미국에서 원격의료의 효과와 한계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아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기존 전화상담에 영상협진을 추가했지만, 보호자의 불안 수준이나 상급병원 전원율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퇴원이나 병원 간 이송 과정에 대한 보호자 평가는 개선돼 원격의료의 효과가 활용 목적과 의료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 응급실 10곳에서 소아 외상환자 595명을 대상으로 원격영상협진의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됐다.
소아외상 전문의가 없는 지역 응급실에서는 다친 어린이의 상태를 평가하거나 상급병원 이송 여부를 결정할 때 전문 의료진에게 전화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화상담만으로는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영상협진을 추가하면 이러한 한계를 줄이고 보호자의 불안과 불필요한 병원 간 이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는 2020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진행됐다. 연구팀은 18세 미만 외상환자 595명을 기존 전화상담군 226명과 전화상담에 영상협진을 추가한 집단 369명으로 나눠 비교했다.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7.6세였다.
분석 결과 영상협진을 추가해도 보호자의 전반적인 진료 경험과 불안 수준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상급 소아외상센터로 이송된 비율 역시 영상협진군과 전화상담군이 각각 91.6%, 93.8%로 비슷했다.
반면 퇴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 대한 보호자 평가는 영상협진군에서 더 높았다. 관련 경험 점수의 보정 평균 차이는 0.104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1). 연구팀은 영상협진이 치료 방향을 크게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보호자가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퇴원이나 전원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연구팀은 또 보호자의 불안이 의료진과의 의사소통뿐 아니라 부상의 심각성,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영상협진만으로 불안을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영상협진의 실제 활용률도 낮았다. 영상협진군 369명 가운데 실제로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165명(44.7%)에 그쳤다. 의료진이 영상협진 대상 환자라는 사실을 놓치거나 전문 의료진이 협진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영상협진은 소아외상 전문의보다 외상 진료 교육을 받은 전문간호인력이 주로 담당했다. 연구팀은 이런 요인들이 영상협진의 효과를 제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원격의료의 성과를 판단할 때 기술 도입이나 이용 확대뿐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되고, 실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긴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눈여겨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12월 24일부터 비대면진료가 정식 제도화된다.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해 온 비대면진료가 법적 근거를 갖추고 시행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9일 대상 환자와 처방 기준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비대면진료는 같은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초진은 환자와 의료기관이 같은 시·도에 있으면 허용되며, 의약품 처방일수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된다. 일정한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면 한 차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세부 기준을 마련하면서 의료계와 관련 업계의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대면진료 원칙을 강조하는 반면, 플랫폼 업계는 과도한 제한이 의료 접근성과 치료 연속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