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전쟁과 인공지능(AI)의 악의적 활용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국제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나왔다. 비만과 식생활, 신체활동 부족은 이번 세기동안 대응을 통해 줄일 수 있는 건강 손실이 가장 큰 항목으로 꼽혔다.
랜싯위원회는 2025년부터 2100년까지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할 17가지 위험을 평가한 결과를 지난 10월 10일 국제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했다. 위원회는 미국 워싱턴대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의 204개 국가 및 지역 분석을 바탕으로, 각 위협에 대응했을 때 얼마나 많은 건강 손실을 줄일 수 있는지 살펴봤다.
최선·최악의 시나리오 비교…줄일 수 있는 건강 손실 추정
평가에는 장애보정생존년수(DALYs)가 쓰였다. 조기 사망으로 잃은 수명과 질병·부상·장애로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을 합친 지표다. 1 DALY는 건강한 삶 1년을 잃는 것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각 위협에 대해 가능한 최선과 최악의 미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두 시나리오 사이의 누적 건강 손실 차이를 추정했다. 이 차이가 클수록 정책과 투자,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줄일 여지가 있는 건강 손실이 크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수치는 앞으로 반드시 발생할 피해가 아니라, 대응에 따라 미래의 피해 규모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핵전쟁·악의적 AI 활용, 인류 생존까지 위협할 가능성
위원회는 핵 분쟁과 AI의 악의적 활용을 인류의 ‘멸종 가능성’이 있는 위협으로 분류했다. 발생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지만, 현실화됐을 때 피해가 극단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AI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생물무기를 만드는 데 기술이 악용될 위험이 포함됐다. 핵 분쟁은 폭발에 따른 직접 피해뿐 아니라, 이후 식량 생산이 무너져 대규모 기근으로 이어질 위험까지 고려했다.
다만 핵 분쟁과 미래 팬데믹, AI의 악의적 활용은 예측에 참고할 과거 자료가 부족하다. 이에 연구진은 전문가 판단 등을 활용해 위험을 평가했으며, 다른 위협보다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비만 관련 건강 손실, 대응에 따라 231억 년 차이
그 외 15가지 위협은 2100년까지 각각 누적 10억 DALYs 이상의 건강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됐다.
여기에는 △대기오염 △항미생물제 내성 △아동기 영양결핍 △기후변화 △국제 보건원조의 붕괴 △재래식 무력 분쟁 △과도한 음주 △고혈압 △소득 불균형 △낮은 교육 수준 △자연 발생 팬데믹 △비만 △정신건강 문제 △흡연 △건강하지 못한 노화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대응에 따라 줄일 수 있는 건강 손실이 가장 큰 항목은 ‘비만’이었다. 최선과 최악의 상황 사이의 차이는 2025~2100년 누적 231억 DALYs로 추정됐다. 보고서의 비만 항목은 높은 체질량지수에 따른 영향뿐 아니라 건강에 나쁜 식생활과 신체활동 부족의 영향까지 포함된다.
연구진은 이 규모를 코로나19 팬데믹이 약 46차례 발생한 것에 해당하는 건강 손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봤다.
비만 다음으로는 낮은 교육 수준과 소득 불평등에서 줄일 수 있는 건강 손실이 컸다. 교육 확대는 사람들의 건강과 아동 생존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인구 증가 속도에도 영향을 주어 질병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로 맞물린 건강 위협, 지금부터 함께 대응해야
연구진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2025년부터 2100년까지 전 세계의 질병과 부상으로 잃는 건강한 삶의 시간이 총 2460억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번 결과를 해석할 때는 위협별 수치를 단순히 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나의 건강 문제가 여러 위협과 연관될 수 있어, 합산하면 같은 건강 손실을 중복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여러 건강 위협이 서로 맞물려 있는 만큼, 보건·경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정부가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예방·대비할 수 있는 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할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존 수단만으로 대응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새로운 백신과 항생제, 비만 치료법, 기후변화 대응 기술 등의 개발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새롭게 나타나거나 변화하는 위협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감시체계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위원회 공동의장인 워싱턴대 크리스토퍼 J.L. 머레이 교수는 위협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은 인류에게 아직 대응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오늘의 정책과 투자 결정이 다음 세대의 건강을 좌우하며, 대응을 늦출수록 미래에 감당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핵전쟁과 AI 때문에 인류가 멸종할 수 있다는 뜻인가?
A. 연구진은 핵 분쟁과 AI의 악의적 활용을 인류의 멸종 가능성이 있는 위협으로 평가했다. 다만 발생 가능성은 낮게 봤으며, 멸종을 확정적으로 예측한 것은 아니다.
Q2. 비만으로 건강한 삶 231억 년을 잃는다는 의미는?
A. 2025~2100년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 사이에 누적 231억 DALYs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대응에 따라 줄일 여지가 있는 건강 손실을 나타내며, 높은 체질량지수뿐 아니라 부적절한 식생활과 신체활동 부족의 영향도 포함한다.
Q3. 장애보정생존년수(DALYs)는 무엇인가?
A. 조기 사망으로 잃은 수명과 질병·부상·장애로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을 합친 지표다. 1 DALY는 건강한 삶 1년을 잃은 것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