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3일 (화)

“딸, 아기 건강하지?”…출산 기다리는 중년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은?

[김용의 헬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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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산, 고위험 임신부가 늘면서 산모, 신생아 보호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8세에 임신한 외동딸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노산, 고위험 임산부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자 중년 엄마는 마음을 졸인다. 잔소리가 빠질 수 없다. 그 중에서 “병원에서 먼 곳으로 가지 마”라고 강조한다. 다행히 딸을 임신 초기부터 돌봐주던 주치의와 병원이 집에서 가깝다. 먼 곳으로 외출하지 않으면 안전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 중년 엄마는 요즘 산부인과 뺑뺑이 뉴스가 자주 들려 마음이 편치 않다.

전국 25개 병원이 입원 거절 … 소방헬기 타고 수백 ㎞ 이동해 아기 낳다

지난 1일에도 35주 임신부(30대)가 소방헬기를 타고 수백 ㎞를 이동해 아기를 낳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날 새벽 2시쯤 이 임신부는 양수가 흐르자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은 양막이 진통 전에 파수되어(양수 터짐) 태아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전국의 25개 병원에 문의했으나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고위험 임신부의 분만과 신생아 집중 치료를 동시에 담당할 여건이 안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방청은 긴급 연락한 병원들이 수용 거절 통보를 하자 수백 ㎞나 떨어진 전북 전주의 예수병원에도 연락했다. 마침내 새벽 3시 30분 예수병원이 “임신부를 보겠다”고 답하자, 소방헬기에 태워 전주로 이동했다. 이 임신부는 아침이 오기 전 무사히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이날 새벽 예수병원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의사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관련 의료진이 총출동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산모와 아기 모두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임신 37주 이전에 양수 터지면…태아 감염 위험

조기 양막 파수(양수 터짐)는 임신 주 수에 상관없이 진통 전에 양수가 터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임신 37주 이전의 파수로 인한 조산, 세균 감염 등이 문제가 된다. 탯줄이 먼저 자궁에서 나오면서 태아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양막 파수가 일찍 발생하면 정상 질 분비물과 비슷한 묽은 분비물이 나온다. 붉은 빛을 띠는 경우도 있다. 양막 파수가 일어나면 제대 탈출, 자궁 내 감염 등의 위험이 있는 긴급 상황이다. 양막 파수가 의심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분만실에 소아과 의사도 밤샘 대기하는 이유

새벽에 전주 예수병원이 산과 의사 외에 소아과 의사도 긴급 소집한 것은 태아의 감염 등 아기의 건강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노산으로 고위험 임신부가 많아 분만실에 소아과 의사도 밤샘 대기하는 병원이 많다. 아기의 감염 등을 즉시 치료하기 위해 소아과 의사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밤을 새며 대기하는 것이다. 최근 분만실에 소아과 의사가 없어 태아가 사망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산과, 소아과 지망하는 젊은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산과 의사와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어려움은 많이 알려져 있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수가(의사가 진료 후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가 낮고 의료 분쟁 시 배상액도 크다. 평생 야근, 밤샘 근무, 휴일 반납, 퇴근 후 대기 등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산과, 소아과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들이 크게 줄어 현재 50, 60대 의사들이 은퇴하면 대가 끊일 상황이다.

상당수 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병원은 74.6%나 됐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최근 전국 회원 병원 71곳을 조사한 결과 60.6%(43곳)가 최근 3년간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를 줄이거나 중단했다. 야간 진료 축소-중단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유(복수 응답)는 지원자 부족(86.8%), 야간·휴일·입원 근무 기피(71.7%) 등의 순이었다. 최근 3년간 채용을 시도한 병원 68곳 중 32.4%는 아직도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특히 젊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크게 줄고 있다. 소아청소년병원협회 조사 대상 병원의 상근 전문의(313명)는 30대(50명)보다 60대 이상(56명)이 더 많았다. 소아청소년과는 전문의뿐 아니라 간호사도 기피하고 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은 물론 부모의 민원이 많아 다른 진료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기’를 강조하며 과보호하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방헬기 타고 전국 헤매도 고위험 임산부 돌봐줄 병원 없다면?

요즘 저출산 현상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산과, 소아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편하게 돈을 더 벌 수 있는 피부미용으로 진로를 바꾸는 젊은 의사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 소방헬기를 타고 전국을 둘러봐도 고위험 임신부를 돌봐줄 병원을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새벽 3시에 산과,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총출동한 전주의 예수병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수의료의 문제는 이제 일반 국민들도 알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수가 대폭 인상, 야간·휴일 진료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불가항력 의료 사고 발생 시 법적 안전장치 마련 등이다. 소방헬기가 출동한 고위험 임신부 뉴스는 나에게, 나의 친척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새벽에 고위험 임신부가 거리를 헤매지 않도록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관련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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