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7일 (수)

변비 10대男, 배변 때 힘주다⋯‘15cm 핏덩이 혹’ 툭 튀어나온 까닭은?

어릴 적부터 변기 오래 앉아, 힘 꽉 주던 습관 탓에 생긴 ‘직장궤양’…항문에서 삐져나온 거대한 ‘용종성 종괴’ 응급 수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남성이 배를 만지며 만성 변비를 호소하고 있다. 화장실 변기에 죽치고 앉아 배변 때마다 힘을 꽉 주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18세 청소년이 항문으로 15x10cm 크기의 핏덩이 혹(용종성 종괴)을 쏟어내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8세 남성은 어느 날 커다란 핏덩이 혹이 항문 밖으로 툭 튀어나오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 만성 변비로 고생했던 이 환자는 서둘러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말레이시아 국제 이슬람대 의대 연구팀에 의하면 환자는 어릴 때부터 화장실 변기에 오래 앉아 힘을 꽉 주는 잘못된 배변 습관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가 항문으로 쏟아낸 핏덩이 혹(용종)은 크기가 대략 15×10cm에 달했다.

응급실 의료진이 환부를 확인했을 때 꽃양배추 모양의 붉고 큰 혹 덩어리가 항문관을 완전히 틀어막은 채 밖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혹 덩어리는 손만 대도 피가 흘렀고, 통증이 매우 심해 통상적인 직장 수지(손가락) 검사도 할 수 없었다. 손으로 밀어 넣어봐도 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 환자는 2년 전 만성 변비와 배변 때 심하게 힘을 주는 습관과 직장 출혈로 ‘단독 직장 궤양 증후군(SRU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식이요법, 완하제 복용,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의 관장, 골반 근육을 조절하는 바이오피드백(생체되먹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은 일부만 호전됐고 출혈에 의한 빈혈로 여러 차례 입원해 수혈을 했다. 이번엔 거대 혹이 항문 밖으로 끼는 사태까지 맞았다.

의료진은 척추 마취 후 응급 검사와 수술에 들어갔다. 항문관을 막고 출혈을 일으키던 큰 용종성 종괴를 완전히 잘라내고 상처 부위를 꿰맸다. 수술 시간은 약 1시간, 출혈량은 약 100mL였다. 떼어낸 조직을 정밀 검사한 결과 암이나 전암성 세포 변화(이형성증)가 전혀 없는 ‘양성 단독 직장 궤양 증후군’으로 최종 진단됐다.

엄청나게 큰 핏덩이 혹(용종성 종괴)이 이 환자의 항문에서 쏟아졌다. 사진=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

환자는 수술 후 3일 만에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수술 후 배변 습관 개선과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약 5년 9개월 뒤 추적 관찰에서는 출혈, 탈출, 변실금 등 후유증 없이 정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례 연구 결과(Acute Incarceration of Solitary Rectal Ulcer Syndrome as an Anorectal Emergency in an Adolescent Patient: A Case Report With Long-Term Follow-Up and a Review of the Literatur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단독 직장 궤양 증후군은 10만 명당 약 1명에서 발생하는 만성 직장 질환이다. 병명과 달리 궤양이 하나만 생기지는 않는다. 환자의 25~32%에서는 궤양 대신 사마귀나 꽃양배추 모양의 불룩한 혹(용종) 형태로 나타난다. 국내에서도 배변 습관의 변화와 대장내시경 검사 활성화로 최근 이 병이 꽤 많이 확인되고 있다.

이 병에서 암도 아닌 양성 혹이 15cm까지 커지는 것은 독특한 발병 메커니즘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배변할 때는 항문 괄약근과 치골직장근이 저절로 열려야 한다. 그러나 변기에 오래 앉아 억지로 힘을 주면 문이 닫힌 채 배의 압력만 치솟는 현상(역설적 수축)이 일어난다. 출구를 찾지 못한 높은 압력이 연약한 직장 점막을 밖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점막이 접히고 구겨져 내려온다.

밀려 내려온 직장 벽이 꽉 조인 괄약근에 끼이면 피가 통하지 않는 ‘허혈’과 정맥 피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울혈’이 생겨 극심하게 붓는다. 점막이 헐어 상처가 생기면 몸은 새살을 만들어 아물게 하려 하지만, 환자가 매일 다시 힘을 주면서 상처와 부기가 수년간 반복된다. 지속적인 마찰을 받은 피부에 굳은살이 박이듯 점막 밑 근육과 결합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현상(섬유근육 증식)이 일어난다. 이 부푼 살덩어리가 배변 압력과 중력을 받아 아래로 늘어지면서 거대한 혹으로 자라나게 된다.

단독 직장 궤양 증후군은 겉모습이 대장암이나 치핵(치질), 염증성 장질환과 매우 비슷해 오진되거나 치료가 늦어지기 쉽다. 초기에는 섬유질 섭취 늘리기, 과도한 힘주기 금지, 변기 체류 시간 줄이기, 바이오피드백 치료 등 보존적 요법을 쓴다. 그러나 혹이 밖으로 밀려 나와 들어가지 않는 감금 상태가 되면 혈액 공급이 끊겨 조직 괴사나 치명적인 과다 출혈로 번질 수 있다. 신속히 절제해야 하는 까닭이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변기에 10분 넘게 앉아 있거나 억지로 힘을 주는 습관은 직장 점막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배변 시간은 5분 이내로 마치고, 반복적인 혈변이나 만성 변비, 배변 후에도 묵직한 잔변감(대변이 남은 듯한 느낌)이 든다면 대장항문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한편 변비를 완화하려면 시계 방향으로 복부를 마사지하고,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변을 보고 싶을 때 억지로 참으면 안 된다. 물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장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가벼운 걷기 등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이 좋다. 변비가 3주 이상 이어지거나 혈변, 빈혈, 체중 감소가 나타나면 전문의의 진료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해질 불균형과 대장 기능 저하를 부르는 자극성 변비약의 장기 오남용은 피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단독 직장 궤양 증후군(SRUS)이 자라서 직장암으로 변할 위험이 있나요?

A1. 아닙니다. 이 병은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 양성 질환입니다. 다만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꽃양배추 형태의 거대 혹처럼 보여 악성 직장암이나 선종과 구별이 매우 어렵습니다. 반드시 정밀 조직 검사를 거쳐 악성 종양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Q2. 약이나 수술 없이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치료할 수 있나요?

A2. 혹이 크지 않고 점막 탈출이 동반되지 않은 초기라면 충분한 섬유질과 수분 섭취, 변기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않도록 배변 습관을 개선하면 상당 부분 호전됩니다. 골반 근육을 정상적으로 이완시키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병행하면 혈류가 좋아져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Q3. 항문 밖으로 덩어리가 튀어나와 손으로 밀어도 들어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억지로 손을 써서 밀어 넣으려 하면 부서지기 쉬운 조직이 찢어져 대량 출혈이 일어날 수 있으니 무리한 압박을 피해야 합니다. 튀어나온 조직이 괄약근에 조여 피가 통하지 않으면 급격히 썩어 들어갈 수 있으므로 즉시 대장항문외과가 있는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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