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9일 (화)

우울증 암 환자, 사망 위험 21% 낮았다⋯차이 만든 ‘조기 심리치료’

미 캘리포니아 연구진, 암 환자 26만여 명 분석⋯“암 환자 정신 건강, 조기 관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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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있는 암 환자가 진단 후 4주 이내 심리치료를 받으면 암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을 진단받으면 환자는 종양의 크기와 병기,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당장 눈앞의 치료에 신경을 쏟기 마련이다. 하지만 암 치료와 함께 우울증 등 환자의 정신건강을 조기에 살피는 것도 치료 과정에서 중요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울증이 있는 암 환자가 진단 초기에 심리치료를 받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2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연구팀은 암 환자 26만여 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해 우울증과 정신건강 치료가 암 사망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29일(현지시간) 미국방사선종양학회(American Society for Radiation Oncology, ASTRO)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2010~2017년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또는 비소세포폐암을 진단받은 66세 이상 미국 메디케어 가입자 26만5639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22%는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였다.

분석 결과, 암과 우울증을 함께 앓는 환자는 우울증이 없는 암 환자보다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11% 높았다.

실제 암 사망률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암 진단 1년 뒤 우울증이 있는 환자의 암 사망률은 29%로, 우울증이 없는 환자(21%)보다 높았다. 5년 뒤에도 각각 43%와 35%로 차이가 이어졌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것은 심리치료를 시작한 시점이었다. 우울증이 있는 암 환자 가운데 진단 후 4주 이내 심리치료를 받은 환자는 이 기간 심리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암 사망 위험이 21% 낮았다.

심리치료와 낮은 암 사망 위험의 연관성은 진단 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더 뚜렷했다. 암 사망 위험은 진단 후 4주 이내 심리치료를 받으면 21% 낮았지만, 분석 기간을 8주로 넓히면 13%, 12주로 넓히면 12% 낮았다.

장기 사망률에서도 차이가 관찰됐다. 심리치료를 받은 환자의 5년 암 사망률은 31%였지만, 받지 않은 환자는 44%였다.

그럼에도 암 진단 초기에 심리치료를 받은 환자는 많지 않았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 가운데 암 진단 후 4주 이내 심리치료를 받은 비율은 3%에 불과했다. 12주까지 범위를 넓혀도 4.6%에 그쳤다.

항우울제 치료는 이보다 훨씬 흔했다. 암 진단 후 4주 이내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32.5%였다. 다만 6개 암종을 모두 합쳐 분석했을 때 항우울제 사용과 낮은 암 사망 위험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암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우울증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가장 흔해 27%를 차지했고, 전립선암 환자에서는 13%로 가장 낮았다. 연구 대상인 6개 암종 모두에서 우울증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암 사망 위험이 높았다.

심리치료와 암 사망 위험의 연관성도 암종에 따라 달랐다. 전립선암과 유방암, 신장암 환자에서는 심리치료를 받은 것과 낮은 암 사망 위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항우울제 치료는 전립선암 환자에서만 낮은 암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우울증은 피로와 집중력 저하, 흥미 상실 등의 증상이 암이나 암 치료로 나타나는 증상과 겹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놓치기 쉽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조기에 찾아 적절한 심리치료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기존 의료기록을 분석한 관찰연구인 만큼 심리치료가 암 사망 위험을 직접 낮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연구 대상이 미국의 66세 이상 메디케어 가입자였기 때문에 젊은 암 환자에게도 같은 결과가 적용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암 치료는 점점 개인 맞춤형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종양학 분야의 정신건강 관리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우울증이 암 종류에 따라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환자에게 진단 초기부터 어떤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지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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