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2일 (화)

신혼여행 성지에 ‘성매개감염병’ 비상 사태 선언⋯ 무슨 일?

피지서 HIV 신규 진단 6년 새 16배⋯성접촉·주사기 공동 사용이 주요 원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연합뉴스

한때 ‘신혼여행의 성지’로 불렸던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빠르게 확산해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HIV는 몸의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로, 주로 성접촉이나 오염된 주사기 공동 사용 등을 통해 전파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피지의 HIV 감염인을 약 9100명으로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피지의 성인 인구 약 60명 중 1명 꼴이다. 2025년 새롭게 HIV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16명으로, 2019년의 약 16배에 이른다.

성접촉·주사기 공동 사용이 확산 불러

감염 경로는 성접촉과 주사 약물 사용과 관련됐다. 피지는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생산된 마약이 호주와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카인 같은 마약이 피지 안에서도 확산하면서 주사기를 함께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HIV 감염인이 사용한 주사기에는 혈액이 남을 수 있다. 이런 주사기를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혈관으로 직접 들어갈 위험이 있다.

검사와 치료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점도 확산을 막기 어렵다. 피지의 HIV 감염인 가운데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아는 사람은 39%, 치료받는 사람은 22%였다. 감염 사실을 모르면 치료 시기를 놓칠 뿐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 따라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접촉이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혈액에 노출됐다면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HIV 감염이 에이즈는 아냐

HIV에 감염됐다고 바로 에이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HIV 감염을 치료하지 않아 면역기능이 심하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현재 HIV를 몸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일반적인 치료법은 없다. 다만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면역체계를 보호할 수 있다. 조기에 진단받아 치료를 잘 유지하면 HIV가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치료를 통해 혈액 속 바이러스가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는 수준까지 낮아지면 성접촉으로 HIV를 전파하지 않는다. 다만 약을 중단하면 바이러스가 다시 늘어날 수 있어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여행 중 일상접촉으로는 감염 안 돼

피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너무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현지를 여행하는 것만으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HIV는 감염인의 혈액과 정액, 질 분비액, 모유 등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의 점막이나 상처에 닿거나 혈관 안으로 들어갈 때 전파된다. 임신과 출산, 수유 과정에서 산모에게서 아기에게 전해질 수도 있다.

악수하거나 포옹하고 함께 식사하는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옮지 않는다. 같은 숙소와 화장실, 수영장, 식기를 이용하거나 기침·재채기, 모기에 물리는 것으로도 감염되지 않는다.

HIV 감염 위험을 낮추려면 성관계할 때 콘돔을 처음부터 끝까지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주사기와 주삿바늘은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 HIV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노출 전 예방요법(PrEP)을 고려할 수 있다.

콘돔이 찢어지거나 HIV 감염 가능성이 있는 혈액에 노출됐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노출 후 예방요법(PEP)은 HIV 감염을 막기 위해 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노출 후 72시간 안에 시작해야 한다. 효과를 높이려면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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