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를 지내고 고향 집을 나서기 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장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명절 장거리 운전에서 정작 주의해야 할 건 막히는 도로만이 아니다. 몇 시간씩 좁은 좌석에 앉아 있다 보면 유독 다리가 무겁고 신발이 꽉 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잠깐 걸으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유독 심하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일 수 있다.
장거리 이동 시 생길 수 있어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이라는 이름은 비행기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을 때 잘 생긴다고 해서 붙었지만, 정확한 진단명은 심부정맥혈전증이다. 다리 깊숙한 곳을 지나는 정맥에 피가 원활하게 돌지 못하고 굳어 혈전이 생기는 병이다.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으면 다리 정맥의 혈류 속도가 느려지고, 혈액이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기기 쉬워진다. 평소 서 있거나 걸을 때는 종아리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다리에 고인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좁은 좌석에 앉아 다리를 고정한 채 오래 버티면 이 펌프 작용이 멈추다시피 하면서 혈액이 다리 아래쪽에 정체되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은 비행기뿐 아니라 명절마다 반복되는 장거리 귀성길, 버스, 기차 이동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다리 통증·부기 지속되면 의심해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다리 부종과 통증, 저림이다. 양쪽 다리가 아니라 한쪽 다리만 유독 붓거나, 손으로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다리 피부색이 평소보다 붉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만졌을 때 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발목을 위쪽으로 젖혔을 때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도 심부정맥혈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리에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다리 정맥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하면 폐색전증이라는 훨씬 위중한 상태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호흡 곤란이나 심정지 같은 위급한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귀성길이나 귀경길 후에도 다리 부기나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확인해 보는 게 좋다.
혈액이 잘 굳는 사람은 각별히 주의
평소 다리가 잘 붓는 사람, 임신부,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사람, 흡연자, 비만인 사람,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는 사람 등은 심부정맥혈전증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혈액이 원래도 정체되기 쉽거나 혈액 응고 위험이 높은 경우가 많아 조금만 오래 앉아 있어도 다른 사람보다 혈전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다리 혈전 막는 습관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은 뚜렷한 치료법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한 질환이다. 정체된 혈류를 자주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1~2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 것이다. 귀성길·귀경길 운전 중이라면 휴게소에 들를 때마다 잠깐이라도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자리를 뜨기 어렵다면 앉은 상태에서 발목을 돌리거나 위아래로 움직이고,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내리는 동작만 반복해도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정맥 혈류를 촉진할 수 있다.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혈액 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 또 다리 순환을 방해할 수 있는 꽉 끼는 옷보다는 편안한 복장을 갖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