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 (화)

99세에 대동맥 벽 찢어져 5시간 수술⋯병실서 맞은 100번째 생일

서울아산병원, 한국 최고령 대동맥 박리 수술⋯한 달간 중환자 치료 뒤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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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구민정 교수와 이승만 환자·보호자(왼쪽부터)가 수술 후 병실에서 맞은 이 씨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병실에서 100번째 생일을 맞은 이 씨를 축하하며 구민정 교수가 제공한 케이크 사진=서울아산병원

갑자기 의식이 떨어지고 구토를 한 99세 남성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보니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 벽이 찢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대동맥 박리’였다.

환자는 5시간 넘는 응급수술과 한 달간의 중환자 치료를 견뎠다. 수술 한 달여 뒤에는 병실에서 100번째 생일을 맞았고, 이후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만 99세 이승만 씨의 대동맥 박리를 응급수술로 치료했다고 8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대동맥 박리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국내 최고령 사례다.

의식 떨어지고 구토⋯CT서 대동맥 벽 찢어진 사실 확인

1926년 8월 5일 태어난 이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뒤 아들 내외와 서울에서 살았다. 99세의 나이에도 집 안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고 세 끼 식사를 거르지 않을 만큼 비교적 건강했다.

그러던 6월 28일 늦은 밤 갑자기 의식이 떨어지고 구토가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흉부 CT를 찍은 결과 대동맥 박리가 확인됐다.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안쪽 벽이 찢어져 혈액이 혈관벽 안으로 흘러들면서 벽이 갈라지는 질환이다. 박리가 심해지면 대동맥이 터질 수 있고, 심장이나 뇌 등 주요 장기로 가는 혈액 공급도 끊길 수 있다.

이 씨는 심장 바로 위쪽에 있는 상행대동맥에서 박리가 발생했다. 지체하기 어려운 응급수술 대상이었다. 대동맥 박리는 증상이 나타난 뒤 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사망 위험이 약 1%씩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 증상은 갑자기 시작되는 극심한 가슴이나 등 통증이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이 씨처럼 의식이 떨어지거나 구토가 나타날 수 있고, 뇌로 가는 혈류가 막히면 마비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99세에 5시간 넘는 대동맥 치환술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만 99세인 이 씨에게 가슴을 여는 대수술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수술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선택하기 어려웠다. 의료진은 치료하지 않으면 단기간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고, 보호자는 수술을 결정했다.

6월 29일 새벽 2시가 넘어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구민정 교수팀이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가슴을 열고 손상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바꾸는 대동맥 치환술을 시행했다.

수술 도중에는 손상된 대동맥 부위가 노출되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위기도 찾아왔다. 의료진은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혈액순환을 유지하며 수술을 이어갔다.

수술은 5시간 넘게 걸렸다. 이 씨는 수술을 마친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회복 과정에서도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인공호흡기를 떼려던 순간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한 달간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뒤에야 일반병실로 옮겼다.

초고령 환자라고 해서 나이만으로 수술 여부를 정할 수는 없다. 평소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지, 다른 질환은 얼마나 있는지, 심장과 폐 등 주요 장기가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살핀다. 수술하지 않았을 때 생길 위험도 판단에 포함된다. 이 씨 역시 평소 일상생활이 가능했고,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수술 후 병실에서 100번째 생일을 맞은 이 씨를 축하하며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구민정 교수가 준비한 편지와 간식. 사진=서울아산병원

수술 한 달여 뒤 병실에서 맞은 100번째 생일

회복을 이어가던 이 씨는 8월 5일 병실에서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수술을 집도한 구민정 교수는 직접 케이크를 준비했고 의료진과 함께 이 씨의 백세를 축하했다.

구 교수는 “환자가 초고령자인 만큼 수술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대동맥질환 전담 의료진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며 “회복은 다소 더뎠지만 앞으로도 오래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한평생 병실에서 맞는 생일은 처음”이라며 “목숨을 살려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복에 겨운 축하까지 해준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수술 후 약 한 달 반 만에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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