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 (화)

말벌에 윗입술 ‘딱 한 방’ 쏘였는데⋯62세男, 쇼크로 심장 멎을 뻔, 왜?

모세혈관 몰려 있는 입술·혀·입안 등에 쏘이면 훨씬 더 위험/국내 9~10월 말벌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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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이 죽어 있는 모습. 말벌에 윗입술을 딱 한 방 쏘인 남성이 쇼크로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지금까지 말벌에 약 150~160방 쏘인 사례가 꽤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교적 건강한 62세 남성이 윗입술을 말벌에 한 방 쏘인 직후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함께 의식을 잃을 뻔한 아나필락시스쇼크(중증 알레르기 과민반응)를 겪었다. 치명적인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환자는 평소 심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복용하는 약물도 없었다. 수면 중 숨이 일시적으로 멎는 폐쇄성수면무호흡증으로 양압기 치료를 받았을 뿐이다. 예전에 항생제(아목시실린 계열)를 복용하고 입술이나 목이 붓는 부종을 겪거나, 특정 음식을 먹은 뒤 두드러기 증상을 보이고, 꽃가루 알레르기를 겪은 적은 있었다.

사건 당일 말벌 독이 체내로 퍼지면서 환자의 몸은 급속한 과민반응을 일으켰다. 기도가 막히고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 증세와 함께 심한 흉통이 덮쳤다. 의료진은 즉시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 에피네프린(0.55mg)과 스테로이드 제제(메틸프레드니솔론), 항히스타민제(덱스클로르페니라민)를 환자에게 투여했다.

응급실의 심전도 검사에서는 심장에 피가 부족해 생기는 전형적인 허혈 신호(ST분절 저하)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응급 치료를 받은 뒤 알레르기 증상이 가라앉으며 흉통이 사라졌고, 심전도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정밀 검사 결과는 심상치 않았다. 심장 근육(심근)의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혈액 속 심장 바이오마커인 트로포닌 수치가 정상 범위(0~14ng/L)를 크게 웃도는 208ng/L까지 치솟았다.

의료진은 심장혈관을 들여다보는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했다. 혈관 내벽을 막고 있는 피떡(혈전)이나 시술이 필요한 심한 협착증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혈관벽에 30% 미만의 경미한 굴곡이 있었다. 심초음파와 심장에 대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도 심장 근육의 움직임과 구조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환자가 겪은 흉통이 혈관이 막혀서가 아니라, 말벌 독에 반응한 면역세포들이 대량 방출한 물질로 인해 심장혈관이 일시적으로 강하게 수축·경련해 발생한 ‘제1형 쿠니스증후군’이라는 진단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특히 흉통이 에피네프린 투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점은 이 심장 이상이 약물 부작용이 아닌 말벌 독 알레르기 반응 자체로 촉발됐음을 뒷받침했다.

입술 등 얼굴 주변의 연조직은 피부가 얇고 모세혈관이 밀집돼 있어, 벌 독이 주입되면 숨길(기도)이 순식간에 부어 질식 위험이 커지고 독소가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속도도 훨씬 더 빠르다. 환자는 혈관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를 처방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프랑스 로데즈 종합병원, 모로코 모하메드5세대 이븐 시나 대학병원 등 공동 연구팀의 이 사례 연구 결과(Hornet Sting-Induced Type I Kounis Syndrome Presenting as a Non-ST-Elevation Acute Coronary Syndrome: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알레르기는 두드러기나 호흡곤란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때로는 심장혈관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며 이를 쿠니스증후군(알레르기성협심증)이라고 한다. 쿠니스증후군의 핵심 발병 메커니즘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비만세포의 활성화에 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비만세포가 깨어나면서 히스타민, 류코트리엔, 트립타제 등 강력한 염증 매개 물질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이들 물질이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급격히 쥐어짜듯 수축시키거나, 혈관벽에 붙어 있던 찌꺼기(동맥경화반)를 터뜨려 피떡을 만든다.

쿠니스증후군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정상 혈관이 순수 알레르기 반응으로 일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 제1형이다. 이번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기존 동맥경화 부위에 알레르기가 겹쳐 혈관 경련이나 혈관벽 파열로 이어지는 것이 제2형, 심장에 삽입한 스텐트 부위에 알레르기 반응으로 피떡이 엉겨 붙는 것이 제3형이다.

벌이나 개미 등 곤충에 쏘인 뒤 발생하는 쿠니스증후군은 희귀병으로 분류되지만, 치명도는 매우 높다. 국내외 임상 연구 결과를 보면 전신 알레르기(아나필락시스) 환자의 약 1~3%에서 심장 허혈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소방청의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도 벌 쏘임 사고가 연간 1만 건 이상 발생하며 이 가운데 5000~6000명의 벌 쏘임 환자가 119 구급대로 이송된다. 이들 환자의 70~80%는 8~10월 야외활동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질병관리청 분석 자료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환자의 80~85%는 국소 부종이나 가벼운 두드러기 등 경증에 그쳐 당일 귀가하지만, 10~15%는 전신 쇼크와 호흡곤란 등 중증 아나필락시스로 진행돼 중환자실 등에서 치료를 받는다. 국내에서 벌 쏘임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매년 10~15명이나 된다. 특히 소방청 통계상 중증 쇼크나 심정지 환자의 80% 이상이 벌에 쏘인 지 30분~1시간 이내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심장병을 앓은 적이 없더라도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이전에 말벌에 쏘인 경험이 있어 면역계가 과민해진 상태라면 쿠니스증후군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야외에서 벌이나 벌레에 쏘였을 때 쏘인 자리가 붓는 수준을 넘어 식은땀, 호흡곤란, 어지럼증과 함께 가슴을 조이는 듯한 흉통이 느껴진다면 곧바로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일시적인 혈관 경련만으로도 심장 근육이 손상되거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심장병이 전혀 없는 건강한 사람도 벌에 쏘여 급성 심근경색(심장마비)과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나요?

A1. 네,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제1형 쿠니스증후군’이라고 합니다. 평소 혈관이 깨끗하고 심장병이 전혀 없더라도, 체내 면역세포가 벌독에 과민반응하면서 분비한 히스타민 등 염증 물질이 심장혈관을 급격하게 수축시켜 혈류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극심한 흉통과 심근 손상이 동반됩니다.

Q2. 이 환자의 경우 아나필락시스 치료제인 에피네프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온 것은 아닌가요?

A2. 에피네프린 자체가 심박수를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성질이 있어 고용량 투여 시 일시적으로 심장에 부담을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에피네프린을 맞기 전부터 이미 가슴 통증이 시작됐다면 약물 부작용이 아니라 벌독 알레르기 반응 자체가 심장혈관 경련을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판단합니다. 생명이 위급한 아나필락시스 상황에서는 에피네프린을 제때 투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Q3. 과거에 벌에 쏘였을 때 가벼운 부종만 있었는데, 다음번에 쏘여도 안전한가요?

A3.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곤충 독에 대한 알레르기는 몸에 한 번 들어왔을 때 항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거치며, 두 번째나 세 번째 노출되었을 때 훨씬 격렬한 전신 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과거 약물이나 음식 등에 알레르기 반응을 겪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에 쏘인 뒤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지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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