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뱀에 물렸을 때는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이 좋다. 병원에 늦게 도착할수록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뱀에 물린 뒤 18~24시간이 지나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인도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 라에바렐리 연구진은 2025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병원에서 치료받은 뱀 교상(뱀에 물린 상처) 환자 30명을 분석했다. 환자 나이는 9~75세, 평균 28세였다.
연구진은 뱀에 물린 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에 따라 환자를 네 그룹으로 나눴다. 6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는 14명이었다. 6~12시간은 10명, 12~18시간은 2명, 18~24시간은 4명이었다.
전체 환자 가운데 22명은 회복했고 4명은 숨졌다. 나머지 4명은 치료 도중 병원을 떠났다.
사망자는 병원 도착이 가장 늦은 그룹에 집중됐다. 6시간 안에 병원에 온 환자 14명 중 1명이 숨져 사망률은 7%였다. 반면 18~24시간 뒤 도착한 환자는 4명 중 3명이 숨졌다. 사망률은 75%였다.
물론 이 수치를 우리나라 뱀 물림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번 인도 연구에서는 코브라와 크레이트 등 신경을 마비시키는 강한 독을 가진 뱀도 주요 원인이었다. 인도와 한국은 서식하는 독사의 종류와 독의 특성, 의료 환경 등이 다르다. 국내에서 사람에게 위험한 독사는 살모사류 3종과 유혈목이 등 4종이 알려져 있다. 국내 뱀 물림의 대부분은 살모사류가 일으킨다.
그렇다고 국내에서는 뱀 물림을 가볍게 봐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2025년 응급실손상환자심층조사에서 뱀 물림 사고는 665건 확인됐고, 이 가운데 60%가 입원했다. 전체 사고의 57%가 7~9월에 발생했다. 어떤 뱀에게 물렸는지 확실하지 않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서 확인받는 것이 안전하다.
독 퍼지기 전에 치료해야…호흡근 마비될 수도
뱀독에 중독되면 호흡곤란과 졸림, 눈꺼풀 처짐,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모든 환자에게 호흡곤란과 졸림이 나타났다. 10명 중 9명에게는 눈꺼풀 처짐과 발음 이상이 있었다.
뱀독은 종류에 따라 신경이나 혈액, 근육, 신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경을 공격하는 독은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를 막는다. 심하면 숨을 쉬는 데 필요한 근육까지 마비될 수 있다. 혈액에 영향을 주는 독은 피가 제대로 굳지 않게 하거나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다.
치료에는 항뱀독소(뱀독을 중화하는 치료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이미 독이 몸의 조직에 붙은 뒤에는 항뱀독소로 되돌리기 어려운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독이 몸의 조직에 도달해 치료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병원 늦게 도착한 환자일수록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민간요법 하느라 시간 지체하지 말아야
뱀에 물린 뒤 민간요법을 먼저 시도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일부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 민간치료사를 찾거나 물린 부위를 칼로 째는 행동을 했다. 6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했지만 숨진 환자 1명도 처음에는 민간치료사를 찾아 치료가 늦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뱀에 물리면 즉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며, 해로운 민간요법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질병관리청 역시 뱀에 물렸다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둔 채 신속히 의료기관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상처를 칼로 째거나 독을 입으로 빨아내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 약초를 바르거나 술과 카페인을 마시는 행동도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