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 (화)

세 남매 동시에 덮친 마비 증상…검사했더니 모두 ‘이것’ 중독

팔다리 힘 빠지고 감각까지 둔해져…세 사람 모두 장기간 같은 동종요법 약 복용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여동생(왼쪽, 가운데)과 언니(오른쪽)에게서 나타난 비소 중독 증상. 손바닥과 팔다리, 잇몸 등이 과색소침착된 모습. 사진=큐레우스(Cureus)

인도의 세 남매가 차례로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검사 결과 세 사람 모두 몸에서 높은 농도의 비소가 검출됐다. 의료진은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 복용해온 동종요법(특정 물질을 매우 희석해 치료에 사용하는 대체의학) 약을 비소 노출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먼저 병원을 찾은 사람은 48세 여성 A씨였다. A씨는 약 4주 동안 양손과 발에서 힘이 빠지는 증상을 겪었다. 이 증상은 점차 팔과 다리 전체로 번졌다. 손발이 저리고 화끈거리는 느낌도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쪽 다리가 붓기 시작했다. 검사에서는 잇몸과 손바닥, 팔·다리 피부가 검게 변하는 과색소침착도 확인됐다.

A씨의 팔 근력은 정상의 절반 정도로 떨어져 있었고 다리는 이보다 더 약했다. 손과 발의 감각도 크게 둔해졌다. 신경전도검사에서는 축삭성 감각운동 다발신경병증이 확인됐다. 신경을 이루는 긴 섬유가 손상돼 감각과 움직임에 모두 문제가 생기는 상태다. 소변 검사에서는 비소가 하루 183㎍ 검출됐다. 성인의 24시간 소변 비소 참고치는 35㎍ 미만이다.

45세 여동생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손발에서 시작된 힘 빠짐이 점차 심해져 20일 뒤에는 침대에서 팔을 들어 올리거나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기도 어려워졌다. 손발 감각도 떨어졌다. 피부와 잇몸에는 언니와 비슷한 색소 변화가 생겼다. 소변에서는 하루 77㎍의 비소가 검출됐다.

두 자매가 병원을 찾은지 약 3개월 뒤에는 54세 오빠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 그는 폐렴과 패혈증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뒤 양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림과 무감각이 생겼다. 검사 결과 역시 심한 감각운동 신경병증이 확인됐다. 소변 비소 수치는 하루 110㎍이었다.

의료진은 처음에는 세 사람이 같은 환경에서 비소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오빠는 두 자매와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다. 추가로 생활습관을 확인한 결과 세 사람 모두 오랜 기간 같은 종류의 동종요법 약을 구입해 복용하고 있었다.

인도 구와하티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 Guwahati) 신경과 헤망가 딩 등 연구진은 "세 사람이 모두 다른 장소에 살면서 같은 동종요법 약을 장기간 복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것이 공통된 비소 노출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에서는 실제 복용한 약 자체를 분석해 비소 함량을 확인한 결과는 제시되지 않았다.

비소, 신경 손상시키면 손발 저림부터 마비까지

비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여러 장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말초신경과 혈액을 만드는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신경 손상은 주로 손과 발처럼 몸의 끝부분에서 시작한다. 처음에는 저림이나 화끈거림, 감각 저하가 생길 수 있다. 심해지면 근육에 힘이 빠지고 걷거나 팔을 움직이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세 남매에게 피부색 변화와 빈혈이 함께 나타난 것도 비소 중독의 특징과 일치했다. 비소는 신경세포의 에너지 생성 과정을 방해하고 산화 스트레스(몸속에 유해 산소가 쌓여 세포가 손상되는 현상)를 높여 신경 섬유를 손상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초신경병증과 혈액 이상이 함께 나타나고, 특히 가족 여러 명에게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면 중금속 중독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해도 손상된 신경은 바로 회복 안 돼

세 남매는 모두 비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돕는 디메르카프롤이라는 약을 2주간 투여받았다. 치료 직후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다만 더 이상 증상이 악화되지 않았다. 여동생은 신경전도검사에서 일부 호전이 확인됐다.

만성 비소 중독에서는 이미 신경 자체가 손상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연구진은 "비소에 장기간 노출돼 신경 손상이 이미 자리 잡은 뒤에는 해독 치료만으로 즉각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영구적인 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원인을 가능한 한 빨리 찾아 노출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소 중독을 예방하려면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관리되지 않는 대체의학 제품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전통·대체의학 제품에서는 제조 과정에서 중금속이 섞이거나, 성분으로 포함되는 사례가 보고돼 왔다. 장기간 복용할 제품이라면 성분과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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