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몸이 붓고 아파 단순한 치과 질환이라고 생각했던 20대 여성이 혈액암을 진단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여성의 잇몸에는 회백색 막이 덮이고 조직이 죽는 ‘괴사’까지 나타났다. 검사 결과 원인은 급성 단핵구성 백혈병이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의 한 종류다.
중국 롄윈강 제1인민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29세 여성이 약 한 달 전부터 잇몸이 붓고 아팠다. 병원을 찾기 일주일 전부터는 미열과 피로감도 나타났다.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전신 증상은 비교적 나아졌다. 하지만 병원 방문 하루 전 입안에서 하얗게 죽은 잇몸 조직이 벗겨져 나오는 것을 발견해 치과를 찾았다. 이전까지 특별한 질환은 없었다.
회백색 막 덮인 잇몸…혈액검사에서 백혈병 단서
의료진이 살펴보자 잇몸 전체가 붉게 부어 있었다. 위아래 어금니 주변 잇몸은 띠 모양으로 괴사했고, 표면에는 회백색 막이 덮여 있었다. 주변에서는 작은 점처럼 피가 나는 부위도 확인됐다.
겉으로는 심한 잇몸 감염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여성은 피로와 미열까지 호소했다. 혈액검사 결과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면역 세포인 백혈구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지혈을 돕는 혈소판은 급격히 감소해 심한 빈혈을 동반한 상태였다. 혈액 속 백혈구 대부분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비정상 세포로 확인되자, 의료진은 즉시 혈액내과로 환자를 이송했다.
의료진은 “초기 혈액검사 결과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단순한 잇몸 질환만으로는 심한 백혈구 증가와 빈혈, 혈소판 감소를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최종적으로 여성은 급성 단핵구성 백혈병(AML-M5b)을 진단받았다. 급성 단핵구성 백혈병은 비정상적인 백혈구 세포가 빠르게 늘어나 정상적인 혈액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는 혈액암이다.
항암치료 일주일 만에 잇몸 괴사 크게 호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이 사례처럼 입안에서 먼저 이상 신호를 보이기도 한다. 잇몸이 갑자기 붓거나 커지고, 이유 없이 피가 나거나 입안이 헐 수 있다. 특히 단핵구 계열 백혈병에서는 잇몸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비교적 흔하다. 다만 이 여성처럼 잇몸 가장자리가 띠 모양으로 괴사하는 모습이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은 수혈과 감염 치료를 받은 뒤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약 일주일 만에 잇몸 부종과 괴사 부위가 크게 좋아졌다. 5개월 뒤에는 혈액 수치가 회복됐고 백혈병도 완전 관해 상태에 들어갔다. 이후 조혈모세포이식(혈액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를 이식해 정상적인 혈액세포 생성을 회복시키는 치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2025년 5월까지 잇몸 괴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괴사성 잇몸 병변을 국소 감염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잇몸 괴사와 함께 이유 없는 출혈이나 발열, 피로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BMC 오럴 헬스(BMC Oral Health)》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