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진단은 금연을 결심하게 만드는 강한 이유가 된다. 그런데 실제 암 환자들을 추적해보니 진단 당시 담배를 피우던 사람 10명 중 약 4명은 이후에도 연초 담배를 계속 피웠다.
담배를 끊었느냐 계속 피웠느냐에 따라 이후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도 달라졌다. 금연한 환자는 사망 위험이 낮았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주요 심혈관 사건도 덜 겪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암병원 암환자삶의질연구소 신동욱·최혜림 가정의학과 교수, 폐식도외과 김홍관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암 진단 당시 흡연자 4만6834명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공중보건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암 진단 뒤에도 37.2%는 담배 계속 피워
연구 대상은 2015~2022년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이다. 연구팀은 진단 뒤 흡연 습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따라 환자를 나누고 이후 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1만7418명(37.2%)은 진단 뒤에도 연초 담배를 계속 피웠다. 2만5909명(55.3%)은 완전히 끊었다. 나머지 3507명(7.5%)은 전자담배를 사용했다.
전자담배 사용자 가운데 상당수는 연초도 함께 피웠다. 3507명 중 2252명(64.2%)이 두 종류를 같이 사용했다. 전자담배로 완전히 바꿨다고 보기 어려운 환자가 더 많았던 셈이다.
환자들의 추적기간 중앙값은 4.2년이었다. 나이와 성별, 소득, 암 종류, 치료 방법, 진단 전 흡연량, 동반질환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도 함께 고려했다.
담배 끊은 환자, 심혈관 사건 위험 36% 낮아
금연한 환자와 계속 흡연한 환자의 차이는 분명했다.
담배를 완전히 끊은 환자는 계속 피운 환자보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36% 낮았다. 전체 사망 위험도 8% 낮게 나타났다.
암 치료가 시작됐다고 흡연의 영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담배는 혈관 안쪽을 손상시키고 혈액이 쉽게 엉기게 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암 진단 뒤 금연이 암 치료만을 위한 생활습관 관리가 아닌 이유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왔더라도 암 진단 뒤 금연은 여전히 도움이 된다. 이번 연구에서도 금연한 환자는 계속 흡연한 환자보다 사망과 심혈관 사건 위험이 모두 낮았다.

전자담배 사용 환자도 위험 낮았지만⋯완전 금연이 우선
전자담배를 사용한 환자에게서도 연초 담배를 계속 피운 환자와 차이가 나타났다.
전자담배 사용 환자는 연초를 계속 피운 환자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16%,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은 28% 낮았다.
그렇다고 이를 “암 환자가 연초 대신 전자담배를 피우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환자에게 특정 흡연 방식을 정해준 뒤 결과를 비교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실제 생활에서 어떤 형태로 담배를 사용했는지와 이후 건강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핀 관찰연구다. 전자담배 사용 자체가 사망이나 심혈관 사건 위험을 줄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전자담배 사용 환자의 64.2%는 연초도 함께 피웠다. 완전히 금연한 환자와 비교하면 전자담배 사용 환자의 폐 합병증 위험은 26% 높았다.

결국 우선순위는 완전 금연이다. 다만 당장 담배를 끊기 어려운 환자라면 연초 흡연을 계속하는 대신 전자담배로 완전히 전환하는 방안을 해를 줄이기 위한 차선책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암 생존자 관리의 핵심은 완전 금연”이라며 “끊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위해 감소 방안으로 전자담배 전환을 신중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암인데도 왜 담배를 끊지 못할까
암 진단을 받았다고 오랜 흡연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연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니코틴 의존이다.
담배를 끊으면 강한 흡연 욕구와 함께 초조함이나 불안,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식사 뒤나 커피를 마실 때, 휴식시간처럼 담배와 오랫동안 연결된 생활습관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암 환자에게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과 스트레스까지 겹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담배가 긴장을덜어준다고 느끼거나 “이미 암에 걸렸는데 지금 끊어도 늦었다”고 여기곤 한다. 우울감이나 통증, 치료 부작용, 함께 사는 가족의 흡연 역시 금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남성 암 생존자를 분석한 과거 연구에서도 진단 당시 나이가 젊거나 진단 전 흡연량이 많았던 사람,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서 암 진단 뒤에도 흡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암 진단 자체가 곧바로 금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혼자 참기보다 금연치료 도움 받자
담배를 끊기 어렵다면 의지만으로 버틸 필요는 없다. 금연 상담을 받고 니코틴 패치·껌 같은 대체요법이나 금연치료 약물을 적절히 함께 사용하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현재 복용 중인 약과 치료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어떤 금연치료가 적합한지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는 편이 안전하다.
병·의원의 금연치료 지원사업이나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상담과 함께 필요한 경우 니코틴 보조제나 금연치료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번 연구에서 진단 후 담배를 끊은 환자는 계속 피운 환자보다 사망과 심혈관 사건 위험이 낮았다.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왔더라도 금연을 시작할 이유는 여전히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