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4일 (금)

“나 아직 먹고 있는데…” 동료들은 식사 끝, 왜 나만 느릴까?

밥 먹는 속도도 타고난다?…유전부터 가족 식습관까지 영향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쿠팡플레이 'SNL KOREA'

같은 메뉴를 먹어도 누구는 10분, 누구는 30분이 걸린다. 식사 속도에는 타고난 성향부터 자라온 환경 등 생각보다 많은 것이 숨어 있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짧다. 특히 천천히 먹는 사람에겐 더 짧다. 아직 밥은 반이나 남았는데 동료들은 벌써 식사를 마쳤다. 괜히 눈치가 보여 급하게 먹거나 “저 다 먹었어요”라며 남은 밥을 포기하기도 한다.

반대도 난감하다. 남들은 한창 먹고 있는데 나만 빈 그릇이다. 멀뚱멀뚱 기다리자니 이것도 꽤 민망하다.

대체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밥 먹는 속도는 타고난다?…아기 때부터 차이

놀랍게도 먹는 속도에는 유전적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이 생후 첫 3개월 쌍둥이 2402쌍의 우유 먹는 행동을 분석했더니 ‘천천히 먹는 성향’의 유전력은 84%로 추정됐다.

아직 밥 한 숟갈 떠먹어보기도 전부터 먹는 속도에 개인차가 나타난 셈이다. ‘원래 천천히 먹는 사람’이라는 말이 아주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것이다.

부모가 천천히 먹으면 아이도 느릴까?…식탁에서 배우는 속도

물론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와 밥을 먹으며 자랐는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 등이 10가족 33명의 식사 모습을 관찰한 결과, 함께 먹는 사람이 한입 먹은 뒤 5초 안에는 자신도 따라 먹는 모습이 나타났다. 옆 사람이 먹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다음 한입을 재촉하는 신호가 된 셈이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중개행동의학(Translational Behavioral Medicine)≫에 실렸다.

이런 식사 습관은 매일 같은 식탁에서 반복된다. 부모가 느긋하게 먹는 집에서 자란 아이와 10분 만에 식사를 끝내는 집에서 자란 아이의 ‘밥 먹는 속도’가 같기는 어려운 이유다.

결국 어느 정도 타고난 기본 속도 위에 가족과 문화, 식사 환경이 더해지면서 각자의 식사 습관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입 크고 침 많이 나오면 빨리 먹을까?…의외로 별 상관없어

식사 속도를 두고 흔히 나오는 이야기도 있다. “난 입이 작아서 천천히 먹어”, “침이 많으면 빨리 삼키는 거 아냐?” 같은 말이다. 정말 입 크기나 침 분비량, 치아 같은 신체조건이 밥 먹는 속도를 좌우할까?

2020년 ≪생리학과 행동(Physiology & Behavior)≫에 발표된 연구에서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진은 성인 96명의 침 분비 속도부터 씹는 능력, 치아 상태, 입안과 혀의 크기까지 측정했다. 이후 당근과 치즈, 소시지를 먹게 해 실제 먹는 방식과 비교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입이 크거나 침이 많이 나오는 등의 신체조건만으로는 누가 빨리 먹고 느리게 먹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신체조건만으로는 식사 방식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문화적 환경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난감…성인이 된 뒤 바꿀 수 있을까?

쉽지는 않다. 식사 속도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고, 사람마다 ‘이 정도 씹었으면 삼켜도 되겠다’고 느끼는 시점에도 차이가 있다. 오랫동안 천천히 먹어온 사람이라면 평소보다 덜 씹고 급하게 삼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미 몸에 밴 식사 리듬을 갑자기 바꾸기 어려운 이유다.

대신 식사 속도를 결정하는 다른 행동은 바꿀 수 있다.

느리게 먹는 사람이라면 대화하느라 숟가락을 오래 내려놓거나, 한입을 삼킨 뒤 다음 한입까지 쉬는 시간이 긴지 살펴볼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빨리 먹는 사람은 한입을 작게 하고 조금 더 씹거나, 입안의 음식을 삼키기도 전에 다음 숟가락부터 뜨는 습관을 줄이는 식으로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결국 몸에 밴 ‘씹고 넘기는 속도’를 억지로 바꾸기보다 한 숟갈의 양과 다음 숟갈을 뜨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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