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지고 숲이 어둠에 잠기면 무주의 낭만이 빛을 발한다. 작은 연둣빛 불빛이 하나둘 깜빡이고 반딧불이의 화려한 군무가 이어지면, 밤하늘의 별이 내려와 풀숲 사이를 떠도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9월 4일부터 12일까지 전북 무주군 일원에서 열리는 ‘제30회 무주반딧불축제’에서 이 특별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초가을 밤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신비로운 빛을 따라 무주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해 보면 어떨까.
알고 보니 러브레터? 서식지 탐방하는 ‘반딧불이 신비탐사’
축제의 백미는 야외 서식지에서 직접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반딧불이 신비탐사’다. 참가자는 저녁 무렵 전용 버스를 타고 반딧불이 서식지로 이동해 반딧불이의 발광 행동과 서식 환경을 살펴본다.
반딧불이는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데, 종마다 출현 시기가 다르고 성충의 활동 시기도 길지 않다. 특히 배 끝부분의 발광기관에서 빛을 내는 특징이 있다. 9월 탐사지에서 만나는 주인공은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 무렵까지 출현하는 늦반딧불이다.
늦반딧불이는 암수의 움직임에도 차이가 있다. 수컷은 긴 불빛을 내며 날고, 날개가 퇴화한 암컷은 풀잎에 앉아 빛으로 응답한다. 이 불빛은 짝짓기를 위한 구애 신호로, 일생에 한 번 제 짝을 찾아 빛을 주고받는 반딧불이의 러브레터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신비탐사는 늦반딧불이 출현 시기에 맞춰 폐막 이후인 9월 20일까지 총 15회 운영된다. 사전에 예약받고 현장에서는 신청받지 않는다. 탐사는 오후 6시 40분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된다. 이 밖에도 캠핑과 신비탐사를 함께 즐기는 ‘반디캠핑’, 반디랜드와 연계한 ‘생태탐험’ 등 관련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천연기념물 반딧불이 만나려면? 휴대전화 플래시 끄고, 정해진 경로만
탐사지에 도착한 뒤에는 휴대전화 화면과 카메라 플래시를 끄고 잠시 기다려야 한다. 손전등은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할 때만 사용하고, 반딧불이나 풀숲을 향해 직접 비추지 않는 것이 좋다. 인공조명이 반딧불이가 주고받는 신호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청정한 환경이 갖춰진 무주는 대표적인 반딧불이 서식지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무주군 설천면을 비롯한 ‘무주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따라서 관찰할 때는 반딧불이뿐 아니라 주변 환경도 함께 보호해야 한다.
특히 반딧불이를 직접 잡거나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 사진을 찍기 위해 풀숲으로 들어가거나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는 행동 역시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다. 식물을 채취하거나 쓰레기와 음식물을 남기는 행동도 안 된다.
탐방지는 바닥이 고르지 않고 풀과 벌레가 많다.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긴 바지, 겉옷을 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불빛이 나는 LED 신발도 관찰을 방해할 수 있어 착용이 금지된다.
반딧불이 출현은 기온과 습도, 바람 등 자연조건에 달려 있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바람이 강한 날에는 탐사가 취소될 수 있다. 기대만큼 많은 반딧불이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불빛을 끄고 목소리를 낮춘 채 기다리는 것이 반딧불이를 배려하는 올바른 관찰법이다.

낮에는 생태 전시, 밤에는 화려한 빛의 향연
신비탐사가 아니라도 축제장의 ‘반딧불이 주제관’에서 한살이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숲의 밤을 재현한 전시 공간에서는 살아 있는 늦반딧불이와 장수풍뎅이, 메뚜기, 귀뚜라미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망원경으로 무주의 밤하늘과 별자리를 관찰하는 ‘반디별 소풍’도 빼놓을 수 없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직접 망원경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남대천에서 열리는 야간 공연 ‘반디 빛의 향연’ 역시 특별한 볼거리다. 하늘에서 불꽃이 쏟아지는 전통 낙화놀이와 레이저쇼, 경관분수, 드론 퍼포먼스, 불꽃놀이 등이 어우러져 축제의 밤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공연 라인업도 풍성하다. 30주년 축하공연에 가수 김영빈, 최재명이 무대에 오른다. 개막 특별공연에는 황가람, 중식이 밴드가 출연한다. 에일리, 하이키 등이 스페셜 콘서트를 열고 룰라, 스페이스A, 알이에프(R.ef), 김원준이 폐막식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축제 놓쳤다면? 반디랜드에서 표본‧생태 전시 관람도
축제 기간을 놓쳤거나 반딧불이의 생태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반디랜드’를 찾아보자. 반디랜드 곤충박물관에서는 반딧불이를 비롯한 국내외 곤충의 표본과 생태 자료를 전시한다. 반딧불이가 살아가는 환경부터 다양한 곤충의 생태까지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
반딧불이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영상 전시와 애반딧불이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생태사육 코너, 반딧불이 체험관 등도 마련돼 있다. 입체영상실에서 ‘반딧불이 이야기’를 비롯한 곤충 관련 애니메이션도 상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