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병은 증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두드러진 증상도 있고, 미묘한 증상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뇌동맥류는 조금 다르다.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런 징조도 던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방송을 마치고 잠든 뒤 깨어나지 못했다. 평소 두통이 없었고, 2년 전 건강검진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했다. 40대 후반으로, 아직 젊은 나이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뇌출혈, 정확히는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蜘蛛膜下出血, SAH)로 나왔다.
사전에 아무런 신호도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몸은 왜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을까?
뇌혈관의 뇌동맥류(腦動脈瘤, Cerebral aneurysm)는 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풍선에 바람을 계속 넣으면 얇아지는 지점이 생기듯, 혈관도 오랜 압력을 받으면 특정 부위가 얇아진다.
그 자체로는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부풀어 오른 혈관이 신경을 누르지 않는 한 몸은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는다.
문제는 이게 터지는 순간이다. 파열되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통증이 갑자기 찾아오고, 그중 약 30%는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아남아도 절반 가량은 영구적인 신경 손상을 겪는다고 한다.
찾아낸 다음엔 어떻게 치료할까?
그래서 다른 문제 때문에 뇌 사진을 찍어보니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흔하다.
동맥류가 발견되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치료한다. 하나는 두개골을 열어 동맥류의 목 부분을 클립으로 조여 막는 결찰술(클리핑, Clipping)이다. 이른바 개두술(開頭術)의 일종이다.
다른 하나는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뇌까지 밀어 넣어 백금 코일을 채우는 색전술(코일링, Coiling)이다. 최근 각광받는 중재술(intervention)의 하나다.

두 방식은 회복 기간, 흉터, 입원 일수, 고령 환자의 수술 위험도에서 차이가 크다. 동래봉생병원의 36년 치 수술 기록에는 이 변화가 그대로 담겨 있다.
치료법의 무게중심, 어떻게 옮겨갔나?
동래봉생병원은 1990년부터 뇌혈관 수술을 시작해 올해 7월 말까지 총 9566건을 기록했다. 1만 건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해 500건 넘게 수술한 해도 여러 차례였다.
그 사이 클리핑은 2007년 15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2025년 15건까지 내려왔다. 반대로 코일링은 조금 늦은 2011년 56건부터 시작해 해마다 점점 늘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엔 각각 120건씩을 기록했다. 클리핑을 압도한다. 병원이 환자의 회복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 무게중심을 옮겨왔다는 서사다.
같은 시기, 혈관 안쪽을 들여다보는 혈관조영술(DSA)도 함께 늘었다. 2011년 99건이던 DSA는 2017년 765건까지 늘어난 이후 줄곧 60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좁아진 혈관 부위를 넓히는 스텐트(Stent) 시술 역시 2011년 17건에서 시작해 2024년 30건까지 꾸준히 늘었다. 코일링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엔 이런 진단 인프라, 중재 인프라의 동반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었던 셈이다.
코일을 채우면 피가 안 통하는 거 아닌가요?
여기서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코일을 채워 넣어 혈류를 막는다”는 말을 들으면, 마치 뇌로 가는 피가 덜 통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따라온다.
그렇지 않다. 코일이 막는 곳은 뇌로 가는 정상 혈관이 아니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동맥류 주머니 안쪽이다. 혈류는 원래 다니던 혈관 본선을 그대로 흐르고, 코일은 그 옆으로 새어 나와 부풀어 있는 ‘곁가지 주머니’에만 채워져 그 안에서 피가 굳도록 유도(혈전화, 血栓化)한다.
주머니로 들어가는 입구를 코일 뭉치로 틀어막아버리는 셈이다. 정상 통행로는 그대로 두고, 위험한 샛길 하나만 폐쇄하는 공사에 가깝다.
코일링으로도 안 되는 경우가 있을까?
물론 모든 동맥류가 코일링으로 치료되는 건 아니다. 동맥류의 위치와 크기, 목 부분의 모양에 따라 여전히 개두술이 더 안전한 경우가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동래봉생병원 노승진 진료부장(신경외과)도 “혈관 파열로 응급 상황일 때도 환자의 전신 상태까지 빨리 살펴 치료법을 정한다”며 “개두술 수술도, 혈관내 시술 치료도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특정 시술로 환자를 몰아가지 않고 사례마다 최선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동맥류를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더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있다. 아직 무증상일 때 미리 발견하는 것이 그 어떤 치료법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노 부장도 “가족 중 뇌동맥류나 지주막하출혈 병력이 있는 경우, 또는 자신에게 고혈압이나 장기 흡연력이 있는 경우 뇌 MRA 검사로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야말로 조기 발견의 가치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질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FAQ] 뇌동맥류 환자가 많이 묻는 질문들
뇌동맥류는 왜 미리 알기 어렵습니까?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것 자체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경을 누를 정도로 커지지 않는 한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부분 다른 질환 때문에 찍은 뇌 영상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됩니다.
뇌동맥류 검사는 누가, 언제 받는 게 좋습니까?
가족 중 뇌동맥류나 지주막하출혈 병력이 있거나, 본인이 고혈압·장기 흡연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뇌 MRA 검사로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권장됩니다.
동맥류가 발견되면 무조건 수술해야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 크기가 너무 작거나 발생부위가 뇌막 밖이거나 부위에 따라 파열 위험이 낮다고 판단되면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여부와 시기는 동맥류의 크기, 위치, 모양에 따라 신경외과 전문의가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코일링과 클리핑, 어느 쪽이 더 좋은 방법입니까?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적합성의 문제입니다. 동맥류의 위치·모양과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두 방식 중 환자에게 더 안전한 쪽을 선택합니다.
도움말=동래봉생병원 노승진 진료부장(신경외과) 동아대 의대를 나와 모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신경외과 펠로로 활동했다. 이어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 전임강사, 조교수로 있다 봉생병원에 합류했다. 뇌종양 수술은 물론 뇌졸중, 뇌동맥류 같은 뇌혈관질환 수술을 전문으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