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압도 낮추고 녹내장·백내장도 개선’ ‘황반변성 예방’ ‘의사가 연구하고 개발한 약’⋯.
온라인상에서 판매 중인 일부 눈 영양제 관련 포스팅이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눈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라면 분명 혹할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녹내장이나 백내장, 황반변성 같은 안질환이 정말 영양제 섭취만으로 예방이 가능할까. 영양제를 연구·개발했다는 의사들은 대체 누구일까.
안과 전문의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과 정혜욱 대한안과의사회장, 최미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충북대병원 안과 교수)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녹내장 치료나 백내장·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식의 내용은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라며 “환자분들의 절박함과 불안을 이용한 마케팅 상술에 속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녹내장⋯현재까지 검증된 치료는 안압 낮춰 진행 늦추는 방법뿐”
먼저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는 안압을 낮춰 녹내장 진행을 늦추는 방법이 유일하다.
한국녹내장학회장을 지냈던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먹는 영양제로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물론 먹는 약 중에도 안압을 낮추는 약제가 있긴 하지만, 이른바 ‘기적의 약’이라고 광고되는 제품에 포함돼 있다는 빌베리나 사프란 추출물 같은 성분은 안압을 낮추는 성분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백내장으로 이미 혼탁해진 수정체, 약이나 영양제로 다시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
백내장도 약이나 영양제로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종류의 질환이 아니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 흰머리가 나듯이 우리 눈의 투명한 수정체가 단백질 변성으로 인해 뿌옇게 흐려지는 안질환이다. 김 이사장은 “초기 진행을 아주 약간 늦추는 안약이 있긴 하지만, 이미 혼탁해진 수정체를 약이나 영양제로 다시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백내장의 유일한 치료 방법은 수술뿐”이라고 설명했다.
“황반변성 진행 늦추는 성분의 영양제, 질환 없는 사람이 복용한다고 예방되는 것 아냐”
그렇다면 루테인이나 지아잔틴 같은 황반변성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성분이 포함된 영양제는 어떨까.
실제로 미국 국립안연구소에서 진행한 AREDS2(아레즈2)라는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루테인, 지아잔틴, 비타민C·E, 아연, 구리 등 특정 성분 조합이 황반변성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확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그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의미하며, 질환이 없는 사람이 복용했을 때 황반변성이 예방된다는 뜻은 아니다.
게다가 이 효과는 모든 황반변성 환자에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정혜욱 대한안과의사회장은 “위 연구는 중기 이상의 건성 황반변성이 실명 위험이 큰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는 위험을 약 25% 정도 낮추는 데 한정된 결과”라며 “예방 목적이나 초기 환자, 혹은 이미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된 경우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도 “위 연구에서 사용된 성분 조합은 황반변성 치료제가 아닌 건강기능식품에 불과하다”며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효과 또한 당연히 없다”고 지적했다.
광고에서 인용된 연구 주체가 신뢰할 만한지 또한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정 회장은 “이름과 소속이 명확한지, 대한안과학회처럼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받았는지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며 “‘유명 전문의’나 ‘미국의 한 의사’ 같은 구체성 없는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미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도 “우리 같은 임상 의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하지 않는다”며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넘쳐나는 잘못된 정보들을 잘 분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