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를 앓고 난 뒤 기침이나 숨찬 증상이 계속된다면 감염 전에 어떤 질환을 앓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 만성 비부비동염 등이 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19 이후 새로 천식을 진단받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질환을 여러 개 갖고 있었다면 위험은 더 커졌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최유정 연구교수, 알레르기면역내과 김영찬 임상조교수, 강원의대 의료정보학과 이혜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연계해 코로나19 확진자 398만7182명을 분석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비염·아토피 등 있었다면 새 천식 진단 위험 1.66배
연구팀은 2019~2022년 자료를 이용해 코로나19에 걸리기 전 천식을 진단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을 추적했다.
감염 전 확인한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식품 알레르기, 만성 비부비동염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알레르기 비염과 만성 비부비동염은 코를 비롯한 ‘상기도’에 생기는 질환이다. 상기도는 코와 부비동, 인두 등 공기가 기관지와 폐로 내려가기 전에 지나는 위쪽 호흡길을 말한다. 만성 비부비동염은 코 안뿐 아니라 코 주변 얼굴뼈 속의 빈 공간인 ‘부비동’에도 염증이 오래 이어지는 질환이다. 흔히 말하는 만성 축농증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들 질환이 하나라도 있던 사람과 없던 사람을 나눴다. 이후 나이와 성별, 거주지역, 소득, 동반질환, 복용 약물 등의 조건이 비슷하도록 1대1로 짝을 맞췄다. 최종 분석에는 두 집단 각각 156만3148명이 포함됐다.

추적 기간에 새로 천식을 진단받은 사람은 알레르기·상기도 질환군에서 3808명, 대조군에서 2300명이었다. 발생률은 1000인년당 각각 3.55건과 2.13건이었다. ‘1000인년당’은 예를 들어 1000명을 1년 동안 관찰한 것으로 환산해 얼마나 환자가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를 추적기간까지 고려해 비교했을 때 알레르기·상기도 질환이 있던 사람의 신규 천식 진단 위험은 대조군의 1.66배, 즉 상대적으로 66% 높았다.
비염 1.75배·만성 비부비동염 2.04배…2개 이상이면 2.44배
질환을 하나씩 따로 분석해도 모두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왔다.
신규 천식 진단 위험은 알레르기 비염이 있던 사람에서 1.75배, 아토피 피부염은 1.84배, 만성 비부비동염은 2.04배였다. 식품 알레르기는 2.81배로 가장 높았다. 다만 식품 알레르기 환자 가운데 새 천식 진단이 22건에 불과해 연구진은 이 수치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갖고 있던 질환의 수도 영향을 미쳤다. 4가지 질환 가운데 1개가 있던 사람은 대조군보다 천식 진단 위험이 1.58배 높았다. 2개 이상을 갖고 있었다면 2.44배로 올라갔다. 질환이 겹칠수록 위험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이었다.
코와 폐가 서로 멀리 떨어진 기관처럼 보이지만 호흡길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코와 부비동 같은 상기도에 생기는 알레르기·염증성 질환과 기관지·폐로 이어지는 아래쪽 기도인 ‘하기도’ 질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이처럼 코부터 기관지·폐까지 하나의 연결된 호흡길로 보는 시각을 ‘통합 기도(united airway)’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번 연구에서 알레르기 비염과 만성 비부비동염 병력이 있는 사람의 신규 천식 위험이 높았던 것도 이러한 연관성과 맞닿아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병원을 자주 가서 천식이 더 많이 발견된 것은 아닐까?
다만 숫자를 곧바로 “알레르기 질환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천식이 생겼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염처럼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원래 병원을 더 자주 찾을 가능성이 있다. 병원을 많이 방문할수록 천식도 발견될 기회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도 이 점을 따로 검증했다. 코로나19 감염 전 병원을 얼마나 이용했는지까지 반영해 다시 두 집단을 맞춰 분석하자 위험비는 1.66에서 1.37로 낮아졌다. 그래도 알레르기·상기도 질환 병력과 신규 천식 진단 사이의 연관성은 남았다.
천식 진단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코로나19 감염 직후 일정 기간을 빼고 분석해도 전체적인 결과는 비슷했다.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한 후향적 관찰연구다. 코로나19나 기존 알레르기 질환이 천식을 직접 일으켰다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생물학적 원인을 증명한 연구가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천식 위험이 높은 사람을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한국 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도 코로나19 감염군은 비감염 대조군보다 신규 천식 진단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코로나19 감염군의 1.6%, 대조군의 0.7%가 새로 천식을 진단받았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가운데 어떤 기존 질환을 가진 사람이 더 취약한지를 구체적으로 가려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코로나 뒤 기침·호흡곤란 계속되면 과거 알레르기 병력도 확인
감염 전 전신 스테로이드를 많이 사용했던 사람에게서도 신규 천식 진단 위험이 더 높았다. 평균 이하 사용군의 위험비는 대조군보다 1.53배, 평균보다 많이 사용한 사람은 1.96배였다.
그러나 스테로이드가 천식 위험을 높였다고 볼 수는 없다. 알레르기 질환이 심하거나 잘 조절되지 않는 사람이 스테로이드를 더 많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도 스테로이드 자체의 영향과 원래 질환의 중증도를 이번 연구만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봤다.
최유정 연구교수는 “전국 단위 자료에서 네 가지 알레르기·상기도 질환 모두 코로나19 이후 신규 천식 진단 위험 증가와 연관됐고, 질환 수가 많을수록 위험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며 “실제 고위험군을 보다 정밀하게 구분하려면 면역학적 지표를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찬 임상조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지속되는 환자에서는 감염 전 알레르기 또는 상기도 질환 병력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여러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증상이 이어진다면 폐기능검사 등을 통해 천식 여부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천식은 기침뿐 아니라 쌕쌕거리는 숨소리, 숨참, 가슴 답답함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감기에 걸린 뒤 기침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숨이 차고 쌕쌕거리는 증상이 반복되면 천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