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췌장에 이상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검사 결과보다 입원 날짜부터 걱정하게 된다. 조직검사 한 번 받으려고 병상이 날 때까지 기다리고, 2박 3일을 입원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대기 시간이 이제 하루로 줄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외래 방문 당일 췌장 조직검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시스템을 2024년 3월 한국 최초로 도입한 뒤, 약 2년 3개월 만에 1000건을 넘어섰다고 5일 밝혔다. 병원이 집계한 진단 정확도는 95% 이상, 합병증 발생률은 1% 미만이었다.
췌장암, 절반 가까이 이미 번진 뒤 발견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아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췌장암 환자 9748명이 새로 발생했다. 전체 암 발생의 3.4%로, 발생 건수 기준 8위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0%에 그쳤다.
진단 당시 암이 췌장 안에만 머물러 있던 환자는 14.3%뿐이었다. 반면 43.3%는 이미 다른 장기까지 번진 원격 전이 단계에서 발견됐다. 5년 생존율은 췌장에 국한됐을 때 47.8%였지만,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2.4%로 뚝 떨어졌다.
어떤 검사 받게 되나
췌장암이 의심되면 주로 초음파 내시경을 이용한 조직검사를 한다. 입으로 내시경을 넣어 위와 십이지장까지 들여보낸 뒤, 끝에 달린 초음파로 가까이 있는 췌장과 혈관을 살핀다. 화면을 보면서 가는 바늘을 병변에 찔러 세포나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췌장은 위 뒤쪽 깊숙한 곳에 있고 주요 혈관·담관과 맞닿아 있어, 바늘이 접근하기 까다로울 때가 있다. 그만큼 시술자의 경험이 검사 성공률과 안전성을 가른다.
최근 국제 진료지침은 세포만 빨아들이는 방식보다는 조직 구조까지 통째로 떼어낼 수 있는 바늘 검사를 우선 권고한다. 진단 정확도가 높고 검체도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조직검사는 암 확진에만 쓰이지 않는다. 영상만으로는 암처럼 보이는 염증 덩어리나 물혹을 구별하고, 채취한 조직으로 종양의 특성을 분석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도 활용된다.
검사 당일 귀가
그간 검사를 한 뒤 출혈이나 췌장염 같은 합병증이 생기는지 지켜보려고 환자가 평균 2박 3일 입원했다. 입원 일정을 조정하고 병상을 배정받는 데만 수주가 걸리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환자의 건강 상태와 병변 위치를 먼저 살펴 당일 검사가 가능한지부터 판단한다. 대상자로 결정되면 수면 상태에서 검사를 받고, 회복까지 마친 뒤 그날 귀가한다. 첫 외래 진료부터 조직검사 결과를 듣기까지는 평균 일주일이 채 안 걸린다.
결과가 나오면 위장관외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이 모여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중 다음 치료 방향을 정한다.
다만 치료 전 조직검사 여부는 환자마다 다르다. 영상에서 수술 가능한 암이 강하게 의심되면 조직검사 없이 곧바로 수술부터 시행하고, 수술로 떼어낸 조직을 검사해 암인지 최종 확인한다. 반대로 수술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면, 약물 치료 전에 조직검사로 암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검사 기간이 줄었다고 생존율까지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입원 없이 당일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더 빨리 알게 되면, 기다리는 환자의 부담은 확실히 줄어든다.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암센터장은 "입원 대기로 인해 치료가 지연되는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국내 최초로 시작한 당일 조직검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을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여전히 무서운 병이다. 다만 진단까지 걸리는 시간만큼은 확실히 줄었다. 췌장에 이상 소견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조직검사가 당일에 가능한지 병원에 먼저 물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