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34세 남성이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생겨 응급실로 이송됐다. 증상만 보면 급성 뇌졸중이 의심됐지만, 실제 원인은 생명을 위협하는 대동맥 박리였다.
특히 대동맥 박리의 대표적 증상인 극심한 흉통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진단이 쉽지 않았던 사례다. 연구진은 젊고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라도 갑작스러운 마비나 언어 장애,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면 드물지만 대동맥 박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례는 인도 마드라스 메디컬칼리지 소속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보고했다.
건강했던 34세 남성, 갑작스러운 편마비와 의식 저하
환자는 34세의 IT 종사자로, 평소 특별한 질환이 없었다. 증상이 발생한 당일 아침까지도 건강한 상태였다.
환자는 남동생과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갑자기 왼쪽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왼쪽 팔과 다리의 마비가 심해졌고, 말이 어눌해지면서 입꼬리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안면마비 증상도 나타났다. 의식 저하도 빠르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반응이 둔해지다가 결국 의식을 잃었다.
특이하게도 이 환자에게는 대동맥 박리에서 흔히 나타나는 극심한 흉통이나 등 통증 등의 증상이 없었다. 두통, 발작, 구토, 호흡곤란, 두근거림, 외상 병력도 확인되지 않았다.
뇌졸중 의심했지만 초음파에서 이상 발견
응급실 도착 당시 환자는 의식이 크게 떨어져 스스로 기도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의료진은 기관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적용했다.
검사 결과 왼쪽 팔다리의 움직임과 근긴장도가 현저히 감소해 있었고, 왼쪽 얼굴마비를 시사하는 소견도 관찰됐다. 오른쪽 목에서는 경동맥 혈류 이상을 시사하는 잡음이 들렸다.
결정적인 단서는 응급 초음파에서 나왔다. 심장 기능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대동맥 뿌리가 확장돼 있었고, 복부 대동맥과 오른쪽 총경동맥에서 혈관벽이 갈라진 대동맥 박리의 특징인 박리막(flap)이 관찰됐다.
뇌 CT에서는 출혈이나 뚜렷한 뇌압 상승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CT 혈관조영검사에서는 심장에서 가까운 상행대동맥을 침범해 대동맥궁과 하행 흉부대동맥, 복부대동맥으로 이어지고 오른쪽 총경동맥까지 확장된 스탠퍼드 A형 대동맥 박리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대동맥 박리가 오른쪽 총경동맥까지 침범하면서 뇌로 가는 혈류를 방해하거나 혈전성 폐색을 일으켜 허혈성 뇌졸중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했다.
대동맥 박리는 상행대동맥 침범 여부에 따라 스탠퍼드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상행대동맥이 포함된 A형은 응급수술이 원칙이다. 반면 B형은 합병증이 없다면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는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혈전용해제 투여하면 더 위험할 수도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게는 혈전을 녹이는 정맥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성 대동맥 박리가 확인된 경우 혈전용해 치료는 금기다. 손상된 대동맥에서 출혈이나 파열 위험을 높여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대동맥 박리를 확인한 뒤 혈전용해제를 투여하지 않았다. 기관삽관과 인공호흡기 치료를 유지하고 혈압을 감시하면서 수술을 준비했지만, 환자의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결국 환자는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입원 4일째 사망했다.
대동맥 박리, 흉통 없이 뇌졸중처럼 나타날 수 있어
대동맥 박리는 대동맥 안쪽 벽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혈관벽 사이로 파고드는 응급질환이다. 발생률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약 6명으로 드물며,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는 더욱 보기 어렵다. 주요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마르판증후군이나 엘러스-단로스증후군 같은 결합조직질환, 선천성 이첨판 대동맥판, 남성, 고령 등이 꼽힌다.
대부분은 갑작스럽고 극심한 가슴 통증이나 등 통증을 동반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사례처럼 통증 없이 뇌졸중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국제 대동맥 박리 등록연구(IRAD)에 따르면 스탠퍼드 A형 대동맥 박리 환자의 약 6%는 통증 없이 내원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경우 편마비나 언어 장애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먼저 나타나 뇌졸중으로 오인될 수 있어 진단이 늦어질 위험이 크다.
젊고 흉통 없어도 대동맥 박리 배제해선 안 돼
연구진은 이번 사례를 통해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편마비나 언어장애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두 일반적인 뇌졸중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식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거나 진찰에서 경동맥 잡음 등 혈관 이상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대동맥 박리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대동맥 박리가 특징적인 흉통 없이 허혈성 뇌졸중처럼 나타날 수 있다며, 조기 영상검사와 정확한 진단이 부적절한 혈전용해 치료를 피하고 치명적인 합병증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대동맥 박리도 뇌졸중처럼 보일 수 있나요?
A. 그렇다. 대동맥 박리가 경동맥까지 퍼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거나 혈전이 생겨 편마비, 언어장애, 의식 저하 등 허혈성 뇌졸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Q2. 대동맥 박리라면 반드시 가슴이 아픈가요?
A. 대부분은 갑작스럽고 극심한 흉통이나 등 통증이 나타나지만, 일부 환자는 통증 없이 신경학적 증상만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뇌졸중으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Q3. 대동맥 박리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급성 대동맥 박리에서는 혈전용해제가 손상된 대동맥의 출혈이나 파열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일반적으로 금기다. 따라서 혈전용해 치료 전에 정확한 원인 진단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