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후에도 암이 재발하거나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 소포성 림프종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돕는 이중특이성항체 ‘엡킨리’가 기존 약물과 함께 쓰는 병용요법과 두 차례 이상 전신치료를 받은 환자의 단독요법으로 사용 범위를 넓혔다.
한국애브비는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가 지난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발성·불응성 소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엡킨리는 레날리도마이드·리툭시맙과 함께 투여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전신치료 후 병이 다시 진행한 환자에게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소포성 림프종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B림프구에서 발생하는 비호지킨림프종의 한 종류다. 암이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지만 현재 치료만으로 완치가 쉽지 않고 재발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에서는 진행 속도가 빠른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으로 바뀌기도 한다. 치료 횟수가 늘어날수록 약효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아져 재발 환자의 후속 치료 선택이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엡킨리는 T세포 표면의 ‘CD3’와 암성 B세포 표면의 ‘CD20’에 동시에 달라붙는 이중특이성항체다. 두 세포를 가까이 연결해 환자의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며,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투여한다.
병용요법 임상에서는 엡킨리와 레날리도마이드·리툭시맙을 함께 투여한 환자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비교 치료군보다 79% 낮았다. 암 크기가 줄거나 사라진 환자의 비율인 전체반응률은 95%, 검사에서 암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은 완전관해율은 83%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재발성·불응성 소포성 림프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첫 이중특이성항체 기반 병용요법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뒤 병이 재발하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단독요법 연구에서도 전체반응률은 82%, 완전관해율은 63%를 기록했다. 이 환자군은 치료를 거듭할수록 반응 기간이 짧아지는 데다 확립된 표준치료가 없어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컸다.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첫 치료 후 24개월 안에 병이 진행하거나 항-CD20 항체와 알킬화제에 모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아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했다”며 “엡킨리가 고위험 환자를 포함한 여러 환자군에서 병용요법과 단독요법 모두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는 점은 임상 현장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엡킨리는 앞서 2024년 8월 두 가지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재발성·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성인 환자의 단독요법으로 국내 허가됐으며, 2026년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번 허가로 치료 대상이 소포성 림프종까지 확대되면서 반복되는 재발로 치료 선택에 어려움을 겪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