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30일 (목)

‘살인자 뇌염’ 공포에 떨던 대구…동산병원은 왜 의공학교를 세웠나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서 뇌염 기획전…‘살인자 뇌염’과 싸운 대구·동산병원의 역사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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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운영하는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에서 뇌염을 주제로 한 새로운 기획전시가 열렸다. 사진은 전시장 내부 모습. 사진=게명대 동산의료원

여름철만 되면 도심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살인자 뇌염’.

정부 시스템조차 사실상 마비되어 체계적인 방역을 기대할 수 없었던 해방 직후 혼란기, 한 지방 병원이 던진 출사표가 대한민국 감염병 잔혹사를 바꿔놓았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병원장 김상현)이 운영하는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에서 이달 초부터 선보인 신규 기획전시가 의료계와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과거 대구 지역을 덮쳤던 뇌염 파동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동산병원(당시 동산기독병원)의 치열했던 잔혹사와 대응 기록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원인도 모르고 죽어간다대한민국을 삼킨 공포

당시 ‘살인자 뇌염’은 한번 발병하면 손쓸 새도 없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며 시민과 의료진 모두에게 엄청난 패닉을 안겨줬다.

중앙정부의 방역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던 미군정기 상황에서 감염병의 확산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그러나 절망의 순간, 동산병원은 단순한 임시방편을 넘어 감염병의 근본을 타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내렸다.

당시 마펫(Howard Fergus Moffett) 원장은 “전문적인 진단 없는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철학을 내걸었다.

동산병원은 이 같은 신념 아래 국내 최초의 ‘의공학교(병리기술학교)’를 전격 설립했다. 이는 질병의 근원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전문 임상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거점이 되었다.

단순히 환자를 받아 돌보는 임상 치료의 한계를 깨부수고, 감염병과 정면으로 맞설 진단 기반을 구축한 한국 의료사의 ‘사건’이었다.

100년 전 씨앗이 만든 코로나19 방파제

의공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단단하게 다져진 대구의 의료 토대는 먼 훗날 빛을 발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구동산병원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 유연하고 신속하게 전담 병원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근본적인 비결이 바로 이 ‘준비된 역사’에 있었던 셈이다.

전시는 뇌염 극복 과정과 의공학교의 역사를 연계해 ‘동산의 어진 인술이 세상을 구한다(東山仁術濟世)’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김상현 대구동산병원장은 “이번 전시는 과거 뇌염이라는 절망적인 공포 속에서도 근원적인 진단과 교육으로 위기를 극복해 낸 선배 의료진의 지혜와 헌신을 되돌아보는 자리”라며 “이런 기억을 바탕으로 향후 어떤 새로운 감염병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우리 의료진은 국민을 지키는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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