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뒤 갑자기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단순히 치료 후유증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말이 어눌해져도 마찬가지다. 유방암 진단과 치료가 시작되는 첫 몇 달에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 즉 뇌경색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와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에는 박용문 미국 아칸소의과대학교 공중보건대학 교수와 정원영 펜실베이니아대 박사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과학회 공식 학술지 《Neu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진단 뒤 첫 3개월, 뇌경색 위험 2.9배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유방암을 새로 진단받고 수술한 만 18세 이상 여성 10만7606명을 살폈다. 과거 뇌졸중을 앓은 환자는 제외했다.
비교 대상은 암 병력이 없는 여성 32만2818명이었다. 유방암 환자 한 명마다 출생연도가 같은 여성 세 명을 짝지어 평균 7.2년 동안 추적했다.
뇌경색 위험은 진단 직후 가장 높았다. 진단 후 첫 3개월에는 암이 없는 여성의 2.90배, 6개월 안에는 2.27배를 기록했다. 진단 후 1년 동안의 위험도 59% 높았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격차는 줄었다. 진단 후 3년 시점에는 비교군보다 17% 높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유방암 환자의 뇌경색 위험이 치료 뒤 줄곧 높았던 것은 아니다. 진단과 수술, 항암치료가 몰리는 초기에 치솟았다가 이후 차츰 낮아졌다.
이번 연구가 주목한 것도 위험이 얼마나 큰지뿐 아니라 언제 높아지는지였다.
7년 전체로 보면 발생률 비슷…왜 그럴까
전체 추적기간을 합치면 두 집단의 뇌경색 발생률은 비슷했다.
유방암 환자 가운데 뇌경색이 발생한 사람은 1155명으로 1.07%였다. 암이 없는 여성에서는 3698명, 1.15%가 뇌경색을 겪었다. 7년여의 추적기간을 모두 놓고 보면 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진단 직후 위험이 2.9배인데 전체 발생률은 비슷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몇 달 동안 높아진 위험이 이후 낮아지면서 장기 평균에 묻힌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발생률만 보고 유방암 진단 초기의 위험까지 작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2.9배’도 유방암 환자 10명 중 3명이 뇌경색을 겪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암이 없는 비슷한 여성과 비교했을 때 위험이 2.9배였다는 뜻이다. 실제 위험은 나이와 혈압, 당뇨병, 흡연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 기록을 사후 분석한 관찰연구다. 유방암이나 특정 항암치료가 뇌경색을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대상도 유방암 진단 뒤 수술받은 여성으로 한정됐다. 수술받지 않은 환자에게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암·수술·항암치료 겹치며 피가 쉽게 굳을 수도
연구팀은 진단 초기에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이 생기면 피가 평소보다 쉽게 굳을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과응고 상태’라고 부른다. 여기에 수술과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염증, 항암치료가 심장과 혈관에 주는 부담까지 더해지면 뇌혈관이 막힐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고혈압이나 2형당뇨병이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환자에게서는 위험 증가가 더욱 뚜렷했다. 현재 흡연 중인 유방암 환자의 뇌경색 위험은 암이 없는 여성의 2.26배였다.
연구 제1저자인 박용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방암 진단 및 치료 직후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점차 감소하는 시간 의존적 양상을 확인한 대규모 연구”라며 “위험이 얼마나 높은가뿐 아니라 언제 높아지는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욱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심혈관계 위험 요인이 있거나 흡연 중인 환자는 치료 초기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쪽 팔 힘 빠지고 말 꼬이면 바로 병원으로
뇌경색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뇌 조직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병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손상 범위가 커지고 마비나 언어장애가 남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갑자기 한쪽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얼굴 한쪽이 처지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발음이 이상해지는 증상, 한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도 경고 신호다.
신 교수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허혈성 뇌졸중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