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핵심 전달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제약사 간 특허 분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사노피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및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이 자회사 보유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사노피는 백신 판매중단이 아닌, 특허기술 사용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국내외 접종과 제품 공급에 미치는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허침해 주장이 인정되면 화이자와 모더나의 손해배상·기술사용료 부담뿐 아니라 향후 mRNA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비용 및 권리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사노피의 자회사 트랜슬레이트 바이오는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를 상대로 각각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에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 제품군과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 차세대 코로나19 백신 ‘엠넥스스파이크’, RSV 백신 ‘엠레스비아’가 포함됐다.
mRNA 운반하는 LNP 기술이 쟁점…사노피 “선행특허 침해”
분쟁의 핵심은 mRNA를 지질나노입자(LNP)에 담아 체내 세포로 전달하는 방법과 관련 조성물 특허다. mRNA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고 세포막을 스스로 통과하기 어렵다. LNP는 mRNA를 지방 성분으로 감싸 보호하고 세포 안으로 운반해, 백신의 유전정보가 항원 단백질 생성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트랜슬레이트 바이오 측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에 적용된 LNP 기반 mRNA 전달기술이 자사가 개발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특허침해 여부와 해당 특허의 유효성은 향후 재판에서 가려진다.
사노피는 특허기술 사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백신 판매를 막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백신 생산이나 공급이 즉시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소송은 사노피가 2021년 총 지분가치 약 32억달러(약 4조7700억원)에 인수한 트랜슬레이트 바이오의 특허를 기반으로 한다. 사노피는 당시 mRNA 백신과 치료제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트랜슬레이트 바이오를 인수했다.
거액 합의 이어진 mRNA 특허전…사노피 가세로 재확산
mRNA 백신을 둘러싼 특허 분쟁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다. 하나의 백신에는 mRNA 염기서열 설계와 변형, 안정화, LNP 조성 및 세포 전달 등 여러 기술이 결합되기 때문이다. 상용 제품에 사용된 기술의 권리를 놓고 바이오기업과 대형 제약사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모더나는 올해 아뷰투스 바이오파마·제네반트 사이언스와의 지질나노입자(LNP) 특허 분쟁을 끝내기 위해 2026년 7월 9억5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 공급분에 관한 별도 항소 결과에 따라 최대 13억달러를 추가로 지급할 수 있어 전체 잠재 지급액은 최대 22억5000만달러다. 합의에 따라 모더나는 관련 글로벌 소송을 종결하고 향후 대상 기술에 대한 별도 로열티 의무도 없애기로 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도 지난해 큐어백·GSK와 코로나19 mRNA 백신 특허 분쟁을 합의했다. 큐어백과 GSK는 총 7억4000만달러의 합의금과 미국 내 관련 코로나19 백신 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를 받기로 했으며,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관련 특허에 대한 비독점 사용권을 확보했다.
바이엘 계열사인 몬산토와 바이엘 크롭사이언스 측도 올해 1월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가 mRNA 안정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사노피까지 가세하면서 일부 합의로 정리되는 듯했던 mRNA 백신 특허전이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번 소송의 판결 결과는 코로나19 백신을 넘어 독감·RSV 복합백신과 향후 mRNA 치료제 시장의 기술사용료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