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항암 신약 기술과 연구성과가 한자리에 모이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이 17~2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에서 국내 기업들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 등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빅파마) 눈길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는 리가켐바이오, 오름테라퓨틱, 에이비엘바이오, 갤럭스 등이 핵심 주자로 나서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를 비롯한 국내 ADC 관련 기업들은 ADC를 개선하기 위한 플랫폼 고도화 및 임상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ADC는 항체와 접합체(링커), 독성 약물(페이로드)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다. 항체는 암의 주요 부위(항원)를 찾아 가는 안내자 역할을 하며, 자체적으로 1차 공격을 하기도 한다. 항체에 실려 암세포로 이동한 ADC에서 링커가 풀리면서 떨어져 나온 독성 약물이 2차 공격을 퍼붓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표적 도달 비율이 매우 미미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14종의 ADC 기반 항암제가 허가됐지만 표적 도달률은 1% 미만으로 알려진다. 암세포가 아닌 정상세포를 공격해 독성을 일으킬 우려가 크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항체를 보완하거나, 암세포 주변에서만 링커가 풀리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 AACR 2026에서 리가켐바이오는 독자적인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기반 ‘B세포 성숙항원(BCMA)’을 표적으로 삼는 ADC 신약 후보물질 2종의 전임상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세포 독성 기능을 강화한 항체를 적용한 ‘LCB14-2524’와 안정성을 높인 항체에 독자적인 페이로드를 장착해 암 살상력을 높인 ‘LCB14-2516’ 등이 포함된다. 두 물질이 BCMA 표적 ADC 항암제인 ‘블렌랩’에 비해 안정성 또는 효능 면에서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체를 하나 더 추가하는 이중항체 ADC 신약 후보물질 2종(ABL206·ABL209)에 대한 전임상 데이터를 내놓는다. 이 2종은 모두 올해 초 미국에서 임상 1상 진입에 성공하면서 에이비엘바이오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ADC의 구성요소 중 페이로드 대신 단백질 분해제(TPD)를 접합시킨 신약 후보물질 ‘ORM-1153’에 대한 전임상 데이터를 선보인다. 이는 ADC의 진화 버전으로 통하는 ‘분해제-항체 접합체(DAC)’인데,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ADC 개발 업계 관계자는 “이번 AACR 2026은 차기 ADC의 전임상 결과들을 가져 온 국내외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의 시선이 어느 기업을 향할 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AACR 2026은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이나 암 진단 등의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AI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갤럭스는 이번에 자체 AI 기반 단백질 설계 플랫폼인 ‘갤럭스 디자인’을 통해 발굴한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 신약 후보물질 ‘PD-1/IL-18v’의 전임상 결과를 공개한다. 이 물질은 면역관문수용체의 하나인 ‘PD-1’과 신호전달 물질의 일종인 ‘인터루킨(IL)-18’의 변이체 등으로 구성한 이중항체다. 이번 행사를 통해 AI의 구조 설계·분석 능력이 전임상 결과로 확인됐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다.
암 영상 데이터 기반 AI 솔루션 전문 기업인 루닛도 6편의 연구 결과를 쏟아낼 계획이다. 자체 AI를 활용해 암 조직 내 미세환경과 단백질 발현을 정밀 분석하고, 치료 반응 예측을 통해 신약 개발로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성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비소세포폐암에서 특정 항원(c-MET)의 발현과 종양미세환경의 연관성 분석 △전이성 대장암에서 병용치료 반응성 예측 등과 관련한 데이터가 포함됐다.
AI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저분자나 단백질 신약 후보 물질의 구조를 설계하던 AI가 점점 고도화돼 그 생체 내 기능을 예측하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며 “AI 기업에게 이번 AACR은 자체 플랫폼으로 직접 발굴한 물질의 데이터로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