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수입 의약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는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K-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1년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특허 의약품과 그 원료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 측은 “특허받은 의약품과 관련 의약품 원료들이 미국으로 대량으로 수입되고, 그 상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음이 드러나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에서 유통되는 특허 의약품의 약 53%가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고, 특허받은 활성의약품원료(API) 중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비율은 15%로 집계됐다. 이번 관세 부과는 이 같은 해외 생산 제품들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 미국 보건복지부와 최혜국(MFN) 가격 협정을 체결하고 상무부와 온쇼어링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2029년 1월 20일까지 무관세를 적용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미국 애브비나 암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프랑스 사노피,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 13곳이 이런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백악관은 희귀의약품과 동물건강 의약품, 특수의약품 등은 무역 협정 국가에서 제공됐거나 긴급한 공중 보건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특수의약품에는 △방사성치료제 △혈장 유래 치료제 △불임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접합체(ADC) △핵이나 생화학 위협과 관련된 의료 대응 제품이 포함됐다.
백악관은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스위스 등 무역협정 국가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는 15%의 관세가 적용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그 제품 원료 등은 관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1년 후 재평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나 신약을 판매 중인 K-바이오 기업들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당장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부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은 1년 관세 유예 기간 이후를 대비한 관세 회피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9종과 신약 1종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일라이릴리 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현지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은 향후 유통 물량 증가세에 대비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등 미래 관세 회피를 위한 전략도 구축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바이오에피스나 동아에스티 등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에서 9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승인받은 상태다. 이 회사의 상당수 제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서 위탁생산(CMO)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에스티가 미국에서 출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 역시 국내 관계사인 에스티젠바이오가 생산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위치한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생산 기지를 5250억원 규모로 인수한 것에 대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래 관세 리스크(위험)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록빌 인수 내용은 현재로선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동아에스티는 자금 여력상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관계자는 “향후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2기 중에 바이오시밀러 미국 출시를 시도할 것이라면 미국 내 생산기지 또는 파트너사를 통한 생산 등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