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일주일 만에 독감에 걸렸습니다. 올해 백신이 ‘물백신’이라더니 진짜 그런가요?”
최근 독감 유행세가 심상치 않다. 몇 년 새 가장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병원마다 독감 환자로 북새통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독감 백신이 효과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과연 올해 독감 백신, 맞아도 소용없는 것일까?
4가 vs 3가 백신…진짜 4가 백신이 더 ‘좋은’ 백신일까
올해 백신 논란의 첫 번째 진원지는 정부가 국가예방접종(NIP) 백신을 기존 4가에서 3가로 전환한 조치다. 4가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2종과 B형 2종(빅토리아·야마가타)을 예방한다. 3가 백신은 여기서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를 뺀 백신이다.
정부의 조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B형 야마가타 바이러스는 2020년 3월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WHO는 소멸된 바이러스를 예방하겠다고 백신에 계속 포함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해당 바이러스를 백신에서 뺄 것을 권고했다. 질병관리청 역시 “3가와 4가 백신의 예방 효능과 안전성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4가 백신이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가 백신이 4가 백신보다 저렴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서는 “하나라도 더 막아주는 게 낫지 않느냐”는 마음에 4가 백신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4가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이에 일부 병원은 ‘WHO가 3가 접종을 권고하는 이유’라는 안내문까지 내걸며 환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러스 변이로 백신 효과 떨어질 수도
더 큰 우려는 올해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하여 만든 백신이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미스매치(mismatch)’ 가능성이다. WHO는 올해 백신의 구성 요소 중 A형 독감 H3N2 바이러스주가 최근 돌연변이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제조된 백신이 최적의 일치(optimal matching)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독감 백신은 매년 2월경, 그해 겨울 유행할 바이러스를 예측해 만든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하기 때문에, 백신 생산에 걸리는 수개월 사이 예측과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꿀 위험이 존재한다. 백신과 바이러스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우리 몸의 항체가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달라붙지 못해 감염을 100% 막기 어려워진다. 이것이 올해 백신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선은 아니지만 중증 합병증 막는 효과 커”
그렇다면 정말 백신이 무의미할까? 전문가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백신이 바이러스를 완벽히 막아내지 못하더라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 전반을 훈련시켜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돈 바우디시 캐나다 맥마스터대 교수는 언론사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은 단순히 항체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T세포와 같은 다른 면역세포들이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도록 돕는다”며 “결과적으로 백신을 맞은 사람은 설령 독감에 걸리더라도 입원율과 사망률이 극적으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린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4-2025년형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비접종자에 비해 응급실 방문 확률은 29%, 입원율은 39%, 사망률은 64%나 감소했다. 독감 백신 역시 이와 유사한 원리로 폐렴, 뇌염 등 치명적인 합병증과 사망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질병청 역시 “현재 주로 유행 중인 A형(H3N2) 독감 바이러스에서 일부 변이가 확인됐지만,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중증 및 사망 예방에 여전히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