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은 피부 장벽을 무너뜨린다. 상처에 세균이 파고들면 염증이 전신으로 번져 패혈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표준 검사인 혈액배양 결과를 기다리는 데만 3~4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연구진이 이 ‘골든타임’을 앞당길 단서를 제시했다.
피검사로 측정하는 단백질 조각 ‘프리셉신’이 화상환자의 패혈증을 더 빨리,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는 결과다.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면 불필요한 항생제도 줄일 수 있다.
연구는 화상외과 김도헌 교수(교신저자)·박선태 교수(제1저자)와 허준 병원장, 윤재철·조용석 교수, 화상연구소 공동팀이 수행했다. 화상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 화상환자 221명(2021~2022년)을 대상으로 프리셉신을 포함한 7가지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측정해 패혈증 진단정확도를 비교했다.
대상 지표는 ▲혈액 내 단백질 조각 ‘프리셉신’ ▲갑상선호르몬 전구물질 ‘프로칼시토닌(PCT)’ ▲급성 반응 단백질 ‘CRP’ ▲영양 상태·중증도를 반영하는 ‘알부민’ ▲혈액 응고 시간 지표 ‘프로트롬빈 시간(PT)’ ▲혈액 내 적혈구 비율 수치 ‘Hct’ ▲혈전 분해 산물 ‘디다이머(D-dimer)’였다.
그 결과 프리셉신의 진단정확도(AUC)가 0.810(0~1, 높을수록 정확)로 가장 높았다. 특히 혈액배양에서 균이 자라지 않는 ‘음성 패혈증’ 환자군에서도 AUC 0.846로 우수했다. 같은 조건에서 PCT는 0.752, CRP는 0.692였다.
김도헌 교수는 “프리셉신은 감염 발생 1시간 이내 상승해 3시간 내 최고치에 이르고, 반감기가 4~5시간으로 짧아 조기 진단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예방적 항생제 투여로 배양검사가 위음성(가짜 음성)으로 나와도 조기 판별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번 결과는 진단을 넘어 치료 전략으로 확장된다. 프리셉신 수치가 기준치(472 pg/mL) 이하이면 패혈증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 항생제를 일찍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항생제 최소화’가 가능하다. 이는 내성균 발생을 억제하고, 화상환자의 약물 부작용과 입원일수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허준 병원장은 “프리셉신 기반 프로토콜을 임상에 적용해 맞춤형 치료와 항생제 관리의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 ≪항생제(Antibiotics)≫ 8월호에 게재됐다.





